지난 21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23일 막을 내렸다. 일반 관람객은 20만명(추산), 유료 바이어는 18.5% 증가한 1656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기는 했는데, 속내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국내 최대의 게임전시회이자 축제의 장이었지만 B2B에 치중된 행사가 많아 일반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샀기 때문이다.

'지스타' 현장에서 만난 한 유저는 체험해 볼 수 있는 게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각종 모바일게임, 온라인게임이 출품됐지만 체험부스가 적어 최소 30분에서 2시간은 기다려야 겨우 몇분의 체험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게임쇼에서 대부분 체험부스가 꾸려져 대기시간은 5분, 체험시간은 약 10분 정도를 기록하는 것과 대비된다.

원인은 간단하다. 여유자금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신작을 선보일 B2B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B2B와 B2C관이 별도로 운영되다 보니 중소업체들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B2B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물론 업체의 사정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대규모 신작을 내놓지 않는다면 B2C에서 주목을 끌 수 없고, 하루에 수만명씩 방문하는 전시장에서 다 수용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지스타조직위원회도 성과를 내려고 B2B에 치중했다. 덕분에 규모와 성과는 늘었지만 일반 관람객들은 소외된 것이 올해 '지스타'의 한계였다. 이제 '지스타'는 게이머들의 축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인색한 행사가 돼 버렸다. 업계와 주최 측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로 열 번째 개최된 '지스타'는 이제 변화가 필요한 때가 왔다. 이는 업계와 주최측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이슈는 '지스타'를 유저와 업체가 만나는 축제의 장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업체와 업체가 만나는 비지니스의 장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스타'를 세계적인 전시회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주최측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겠지만 여러가지 대안 중 하나를 제안해볼까 한다.  

B2B와 B2C를 굳이 나누지 말고 함께 운영하면서 행사 일정에 여지를 남기는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말이다. 해외 게임쇼에는 일반 전시관에서도 하루나 이틀 '비지니스 온리(Business Only) 데이'를 열곤 한다. 사업을 목적으로 방문한 관람객에게 일반 B2C관을 개방해 게임을 직접 해보고, 업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날을 별도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지스타'에 적용하면 소규모 부스로 B2B의 이점과 B2C의 이점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 참가자에게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와 비지니스를 위한 통합 전시관을 운영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비지니스 온리데이' 일정이 부담된다면 전시일정을 하루 늘리면 충분할 거라 본다. 하루 연장된 행사 비용은 업체입장에서도 크게 부담되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일반 관람객과 고객에 집중하면 돼 비용도 절약되고 볼거리도 풍부해 지고, 양 측면에서 내실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제안이 가능한 건 첫날을 제외하면 바이어들의 방문이 뜸해지는 것이 B2B관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지스타' B2B관을 방문한 1656명의 바이어중 3분의 2가 넘는 1200명 가량이 행사 첫날 B2B관을 찾았다. 나머지 400여명만이 이틀간 B2B관을 방문한 것이다. 따라서 B2C와 B2B부스를 함께 꾸리고 하루라도 '비지니스 데이'를 운영하다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체험부스 하나 없이 영상과 게임 소개서 만으로 장점을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게임을 해보고 부스의 분위기를 바이어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건 당연한 이치다. 체험부스 코너는 일반 전시일에 B2C부스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일석이조'를 노릴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대규모 부스와 B2B를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부스를 섞는다면 유저와의 접점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물론, 올해 B2C관에 넘쳐났던 관램객 분산효과도 볼 수 있다. 자연히 게임 관람에 몰입도와 집중도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져 보다 내실있는 '지스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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