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게임위 권한 어디까지인가
[데스크칼럼] 게임위 권한 어디까지인가
  • 김병억
  • 승인 2014.11.12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최근 NHN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 중인 포커류 웹보드게임 10개작에 대해 등급분류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몇몇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땡값’이라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땡값’은 유저가 네 장의 카드를 똑같게 만들었을 경우(포카드) 상대 유저가 땡값 명목으로 더 많은 게임머니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위는 이러한 시스템이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 제 28조 제8호 및 시행령 제 17조 ‘게임물 관련사업자 준수사항(시행령)’ 중 별표 8의 나 항과 다 항의 준수사항을 어겼다며 등급분류 취소 예비 결정을 공지했다. 한마디로 ‘땡값’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위가 근거로 제시한 나 항은 게임이용자 1인이 월 구매금액 30만원의 10분의 1(3만원)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 항은 유저가 나 항의 1일 게임머니 손실한도 초과 시 게임이용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법과 규칙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적용은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게임위가 문제 삼은 조항이 과연 ‘땡값’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게임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게임 내에서 특정 시스템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너무 지엽적인 문제까지 게임위에서 참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포커게임은 청소년이 플레이할 수 없는 장르다. 이 때문에 성인이 100%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을 내리고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번 조치들의 근간을 보면 성인들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빚어진 현상이 아닌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땡값’은 포커게임의 핵심이 아니라 양념 같은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를 놓고 등급분류를 취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만약 이 ‘땡값’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면 유저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지에 숨어든 도박 게임도 아니고 공개적인 온라인 웹보드게임에서 조차 정부의 세세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면 ‘게임은 변수도, 재미도 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게임이든 넷마블이든 모든 게임포털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면 차별화를 무시하는 일이 된다. 이는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콘텐츠 상품으로써의 생명력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모든 포커류 게임이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누가 재미를 느끼겠는가. 이는 게임을 모르는 문외한이나 생각할 만한 것이다. 적어도 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임위라면 이정도의 사리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정부의 고포류 게임 규제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동안 유저들의 편의를 위해, 또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 도입했던 각종 요소들을 빼버린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눈에 보이는 게임업체들의 고포류 게임은 강력히 단속을 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음성적 도박 고포류게임이 판치는 것은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양지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음지로 숨어들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그야말로 게임산업 침체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게임업계를 상대로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손발을 묶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산업의 위기는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산업계 내부에,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못을 박기 보다는 전봇대를 뽑아줘야 할 만큼 업계의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업계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백번천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줘야 한다. 그 첫 번째 관문이 게임물 관리위원회다. 과거 위원회는 그나마 고무줄 잣대라는 유연성으로 산업을 키워 왔다. 어려울 땐 풀어주고 좋을 땐 묶는 식이다. 그런데 현재의 게임위는 그런 산업 육성 철학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손에 청룡도를 쥐어 주니까 무조건 휘둘러 보겠다는 건가. 삼척동자도 웃을 일 아니겠나.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