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사라지고 변죽만 울렸다

질의 내용 대부분 피상적 … 의원들 자질 문제가 도마 위로

매년 국정감사에서 게임산업은 단골로 ‘표적’이 되곤 했다. 긍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문제 많은 골치 덩어리로 그랬다. 올해 역시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8월 7명의 주요 게임업체 CEO를 증인으로 신청함으로써 한바탕 회오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분리국감이 무산됨에 따라 국감이 10월로 미뤄졌고 게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해 국감에서 게임관련 이슈는 많지 않았고 형식적인 차원의 질의가 답변이 오가는 정도에 그쳤다.

이번 국정감사는 게임계에 있어 지난 해 게임중독법 이슈 이후 진행되는 국감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하 기관에 대한 국감에서 이렇다 할 게임관련 이슈가 부각되지 않아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다.

이번 국정감사는 애초 지난 8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진행되는 ‘분리국감’으로 준비해 기존의 부실국감이라는 오명을 벗어내려 했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격해지면서 사실상 전과 동일한 10월 국감을 치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국감 시작 전부터 어떤 게임계 이슈가 국감에서 거론될 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거 국감현장에서 게임계를 질타하는 질의가 쏟아진 예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 역차별·중국자본 잠식 이슈
하지만 이번 국감은 업계의 우려와 달리 큰 소란 없이 지나가는 분위기다.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자본 유입, 저작권 등 콘텐츠 침해 현황 등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의해 글로벌 게임시장을 중국에게 빼앗기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밖에 우리 게임업체들이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선교 의원(새누리당)은 국감에서 “중국 거대자본이 국내 시장에 잠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통계가 전혀 나오지 못해 제대로 된 시장 파악조차 불가능하다”며 “4조원에 가까운 국내 게임시장을 중국에게 빼앗기고 있고, 중국 자본에 의해 국내 게임기업의 수익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지만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게임과 관련된 분야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역시 이렇다 할 게임 이슈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미래부의 경우 다른 사안보다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이슈와 통신사 주파수 논란, 관련부처의 인사 문제 등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른 사안은 제대로 질의조차 되지 못했다.

실제로 작년 미래부 국감에서는 게임산업 진흥정책에 대한 질의, 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장관의 의견 질의 등 다양한 질의가 나왔지만 올해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감 규모는 역대 최대임에도 불구하고 국감 준비 기간과 진행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최우선 사안을 먼저 처리하고 있다”며 “이런 촉박한 일정 속에서 상대적으로 이슈가 적은 게임분야의 경우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 일방적 공격은 사라져
당초 이번 국감에서 최대의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 사안은 세가지였다. 그것들은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게임 심의 역차별 논란과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의 게임 중독법 이슈,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의 웹보드게임 규제 논란 등이었다. 특히 신의진 의원과 강은희 의원의 경우 사전 국감 때 게임계 CEO를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이런 게임 관련 이슈가 빅이슈에 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특히 ‘안티 게임맨’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신의진 의원의 경우 게임 중독법 언급에서 한 발 물러나 게임콘텐츠 운영에 대한 질의, 특히 e스포츠에 대한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강은희 의원 역시 “웹보드게임 규제보다 차이나머니의 국내 유입 등 국내 업체의 역차별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국감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특히 강 의원은 ‘대구 e펀’ 행사에 직접 참석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행보를 변경해 주목받기도 했다.

‘스팀’을 예로 들며 강도 높은 질의를 예고했던 박주선 의원 역시 예상보다 게임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아꼈다. 대신 숭례문 복원사업 등에 관심을 보였다. 박 의원은 문화재청 이슈, 민간보조사업 예산 등 다양한 분야에 질의를 집중했다.

이 덕분에 이번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질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게임위의 경우 앞서 의원들이 질의를 예고한 게임 심의와 관련된 문제, 웹보드게임 규제와 관련된 문제 외에도 직원 성추행 논란 등 다양한 사건에 대한 질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이슈들은 대폭 축소되거나 특별한 언급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몰아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게임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잘못 인식하고 넘어간 경우도 많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론을 의식한 듯한 질의는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음을 의원들 스스로가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할 교문위 상임의원으로서 자격이 의심되기도 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교문위 의원들은 8월에는 게임산업과 관련된 질의를 준비했지만 10월 국감에는 숭례문 복원 논란과 영종도 카지노 사업 특혜 의혹 등에 집중했다.

# 정치권에 대한 불신 고조
여기에 모바일게임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관리하는 미방위 역시 핵심 이슈로 통신사의 700MHz 주파수 논란과 단통법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이에따라 모바일게임과 관련된 언급은 단 한 건도 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의원들이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현안에 집중함으로써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게임 분야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상임위 의원들의 인식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주선 의원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비해 게임심의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온라인 유통 서비스 ‘스팀’을 예로 드는 등 사실을 잘못 알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은 두번의 추가 보도자료를 배포해 해명과 주장을 계속했지만 ‘네이버=NHN엔터테인먼트’라는 잘못된 예시를 드는 등 또 한 번 오류를 범했다.

여기에 신의진 의원의 e스포츠 관련 발언 역시 시장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차라리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인식도 있지만 그래도 소속 상임위에서까지 관심이 없는 것은 이슈만을 좇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원들이 산업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정확히 이해를 해야 올바른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이고 업계도 호응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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