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치인들의 게임 인식수준
[데스크 칼럼] 정치인들의 게임 인식수준
  • 김병억
  • 승인 2014.10.0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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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한차례 씩 치르는 연례 행사이긴 하지만 소홀히 할 수 없는 신성한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권리이기에 국민들의 눈과 귀는 국감장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지난 해 국감에서 게임 이슈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일명 ‘게임중독법’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8월 게임업계 CEO 7인을 증인으로 요청하면서 파란이 예고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같은 초유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상시 국감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월에 열리는 국감에서 신 의원은 게임업계 CEO들에 대한 증인출석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 배경은 신 의원이 사전에 게임업계 주요 CEO들을 만나 비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측이 감정 대결로 치달을 것처럼 보였던 사태가 의외로 부드럽게 풀어진 것이다.

얼마 전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 게임업계를 위해서 등급심의 ‘역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는 외산 게임의 경우 우리나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팀’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고맙기는 하지만 별 도움이 안되는 지적이었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의원 눈높이에 실망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제대로 현상과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스팀’이 해외에서는 등급 심의를 받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외면하는 등 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팀’이라는 것은 플랫폼의 이름이지 업체 이름이 아니며, 스팀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밸브라는 기업이다.

또 박 의원은 해외에서는 미국의 ESRB, 유럽의 PEGI, 독일의 USK, 일본의 CERO와 같은 4개 나라의 등급 기관이 자국 내 유통되는 게임에 대해 등급 분류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굳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업체들이 등급 심의 자체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임위에서도 “스팀에 서비스되고 있는 일부 작품들의 경우 일본에서는 등급 분류를 시행하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절차없이 유통되고 있다”며 “또 국내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들이 해외에서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핵심은 스팀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밸브사가 국내에서 영업을 직접 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내법을 강제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게임위의 설명이다.

또 박 의원이 공식 한글 버전이라고 제기한 ‘데이오브디피트:소스’라는 작품 역시 공식 한글 버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어를 지원한다고 해도 스팀의 공식 지원 형태가 아니면 이를 공식 버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리고 교육적으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과거에는 게임에 무관심했던 정치인들이 하나 둘씩 게임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들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지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관심이 정확치 않은 정보와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완전 초보에 가까운 감각으로 과속 액셀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미안하게도 신의진 의원과 박주선 의원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그들이 좀 더 게임산업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로 임했더라면 이같은 실수나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을 게 확실하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님을 잘 안다. 그렇다고 잘못된 내용으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질의를 한다면 그 또한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특히 마치 무엇 하나를 건졌다는 ‘한건주의’식으로 질의가 이뤄진다면 이 또한 위험하고 아니한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정치인들이 게임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은 아직도 ‘상식’ 선에서 머물고 있다. 그것도 검증된 상식이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카더라’ 식의 얘기다.

적어도 카더라식이 아닌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질의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과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 것이 바로 대의 정치의 꽃이며 국민들이 바라는 국회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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