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영화계는 '명량'의 엄청난 흥행돌풍으로 각종 신기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봉 첫 날부터 한국 영화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한국 영화 최초로 1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거침 없이 달려가고 있다.

이런 영화 '명량'의 흥행에는 이 시대가 진정 원하는 리더의 모습을 영화 내에 담아냈다는 평가가 평론가와 관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군 가혹행위 사건 등 여러 가지 비상식적인 사건으로 국내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의 기적적인 승리가 일종의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명량'의 흥행을 바라보며 현재 게임계가 처해있는 상황이 마치 명량해전을 앞두고 있는 조선수군과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과거 명량해전 이전 조선수군은 칠천량에서 100여척의 삼도수군 함대를 모두 잃고, 단 12척의 전선만 남아있던 상황이다. 게임계 역시 끊임없이 지속돼온 게임 중독 논란에 의해 '셧다운제'를 필두로 한 규제 정책의 시행으로 함선을 하나 둘 잃어가고 있다.

특히 비상식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1차적인 원인을 '게임 중독'으로 몰아가고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게임 중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의 모습은 서해로 포위망을 좁혀오는 일본군과, 해상전을 포기하고 육군과 합류하라고 지시한 선조와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와 관련해 7개 주요 게임업체 대표를 무더기로 증인 신청하는 등 게임계를 압박했다. 그는 지난 5월 '게임중독법에서 게임을 제외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라고 발언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업계를 경악 속에 빠뜨렸다. 결국 국감이 무산되면서 이번 증인신청도 취소됐지만 그 파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이럴 때일수록 게임업계는 보다 분명한 반박과 대응논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를 통해 명량해전에 대한 승리 요인을 '천행'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조선수군의 막강한 화포 운영 능력과 판옥선의 우수함, 명량이라는 지형지물을 활용한 준비성과 이순신 장군의 용병술이 조화를 이뤄 승리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지금 우리 게임계 역시 이런 철저한 준비 끝에 나타나는 천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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