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열악한 한국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실 것인가요?”

최근 게임 개발자들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말이다. 한 중국업체가 한국 소형 개발사들에게 날린 러브콜의 일부분인데,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화제가 된 것이리라. 이 말을 들고 나서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중국업체가 날린 러브콜의 내용은 이렇다. 중국이 2014년 하반기부터 정부 지원사업으로 ‘한국 모바일게임 개발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곳에 입주할 한국 소형 업체를 물색 중이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중국업체의 한국인력 빼가기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파격적이다. 너무나 파격적이라 의심이 갈 정도다.

이 중국 업체는 개발지원센터에 입주한 한국 업체에게 3년간 사무공간, 숙소 무료임대로 시작해 세금, 투자자·퍼블리셔 정기 미팅, 각종 전시회 참가 지원 등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확정된 지원 내용은 이 정도라고 첨언했다. 앞으로 행보를 봐서 지원을 늘릴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정부가 왜 한국업체에 이정도로 잘 해주는 것인지 이해가 안갈 정도로 조건이 좋다. 조건이 개발팀과 인력에 한정되지 않고 소형업체까지 포함하고 있어 자금에 쫒기는 업체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한 개발자는 힘든 개발환경에 처한 주변 지인에게 알려주겠다고 자처했다. 내용이 너무 좋아 의심가지만 벤처 스타트업으로 말라죽기 보다는 제대로 지원받는 환경에서 개발해 볼 수 있다면  중국인들 어떻냐는 것이다.

사실 이런 지원은 중국이 아닌 한국정부와 업체, 협회의 몫이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황금알을 낳고 있는 게임산업의 배를 가르려 하고 있고, 심지어는 황금알을 낳는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단체가 나서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중국 거대 자본과 소비시장에 더 이상 고급 인력과 업체를 뺏기는 걸 막고,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너무 미약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 세제혜택 등이 나오고는 있다. 조금 살펴보면 회사를 이전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역균형발전과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일부 일 뿐 게임과 콘텐츠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는 찾을 수 없다. 커진 덩치를 떠받치는 풀뿌리들을 달래기에 턱도 없다. 욕조 물이 미지근하다고 말하니 작은 얼음 한 조각 넣고 ‘시원하냐’고 묻는 꼴이다. 쥐 꼬리만한 지원책을 내놓고 생색을 낼 거라면 차라리 관심을 끄는게 돕는거라는 반응이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을 말릴 명분도 수단도, 심지어는 애국심조차 꺼낼 수 없었다. 힘든 사정이 뻔히 보이는데 가지 말라고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을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