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동토’에서 ‘옥토’로 변하다
온라인·모바일 수요 ‘파란불’… 세계적 게임기업 각축장으로 탈바꿈

그동안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이 눈길을 주지 않았던 러시아가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온라인 MMORPG를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새롭게 인식되면서 대형 MMORPG를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에 대한 공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과거 러시아 시장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계륵과 같은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기에는 인프라가 열악해 잠재적 성장시장으로 후순위에 밀렸던 지역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트렌드가 바뀌고, 모바일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러시아 시장에 대한 성장가능성에 많은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게임시장은 현재 1억 4400만 명의 인구와 11억 달러(한화 약 1조 313억 원)의 시장을 갖춘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월드오브탱크(WOT)’로 대표되는 부분 유료화 게임과 중세 팬터지를 배경으로 하는 MMORPG,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소셜게임들이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 시장의 상승세는 자연스럽게 국내 업체들의 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러시아 시장은 중동, 터키, 남미, 동남아시아 등의 나라보다 지역적으로 가깝고 아시아와 유렵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는 이점도 부각되고 있다.

# MMO 시장 걸음마 수준
현재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업체들은 신작 MMORPG를 서비스하고 있거나 퍼블리싱 계약을 끝내놓고 서비스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은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의 ‘아키에이지’다. 이 작품은 지난 2월 공개 서비스 이후 가입자 180만 명을 돌파했으며 15개의 서버를 운영하는 등 동접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키에이지’는 현재 국내와 마찬가지로 부분유료화 정책을 러시아 서비스에도 적용하고 있다. 러시아 유저들은 개인별 결제 비율이 타 국가에 비해 높기 때문에 ‘아키에이지’의 매출 역시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블루홀스튜디오(대표 김강석)도 최근 러시아 퍼블리셔인 데스티니디벨롭먼트와 ‘테라’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중국 서비스에 이어 러시아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특히 블루홀은 러시아 지역 유저를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중이라고 밝히면서 이 시장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펄어비스(대표 김대일)도 최대 기대작인 ‘검은사막’의 국내 론칭과 함께 러시아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펄어비스 측은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간담회를 갖고 러시아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신코페이트를 통해 내년 1월 첫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국내 업체들이 연달아 러시아 MMORPG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러시아의 온라인 MMO 시장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고,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러시아 게임시장에 있어 MMORPG 장르는 2순위이지만, 전체 순위를 놓고 본다면 소셜 게임에게도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서 국내 개발사들의 퀄리티 높은 게임들이 서비스가 된다면, 러시아의 유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한편, 러시아 모바일 시장 역시 컴투스와 게임빌로 대표되는 모바일 업체가 도전장을 던져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를 러시아 구글플레이에 출시해 인기순위 14위를 기록하고 있고, 게임빌은 ‘스피릿스톤즈’와 ‘몬스터워로드’를 출시해 각각 29위, 67위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러시아 게임시장은 광활한 영토와 유저 분포도, 동유럽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 등으로 전 세계 게임업체들의 주목을 받더 시장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PC 보급률과 인터넷 망 분포도, 그리고 불법 사설서버로 대표되는 악재들로 앞으로의 외면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은 러시아 게임 시장이 1년 사이 2.4배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해적판 게임 생산과 불법 다운로드, 사설서버 등으로 인해 온라인 게임보다는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게임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F2P(프리투플레이, 부분유료화 게임)가 러시아 온라인 게임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러시아 유저들 사이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가지고 사설서버를 통해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다’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은 워게이밍(대표 빅터 키슬리)의 ‘WOT’가 서비스되면서 완전히 정착돼 사실상 사설서버 문제는 해결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이런 F2P 게임의 인기 증가는 자연스럽게 러시아 게임시장의 인프라 발전에도 공헌해 온라인 게임 구동에 적합한 PC의 보급과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WOT’가 고사양 유저를 대상으로 그래픽 패치를 단행함에 따라 PC 업그레이드 붐이 일어나는 등 인프라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인프라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주변 국가와 유저들에게도 새로운 변화로 작용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 국가는 잇따라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러시아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글로벌 다운로드 게임 판매 서비스인 ‘스팀’을 운영 중인 벨브(대표 게이브 뉴웰)도 러시아 퍼블리싱 업체 엑솔라와 제휴를 맺고 스팀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 사설서버 등 악재 사라져
러시아 지역의 유저들 역시 PC와 인터넷망 등 인프라가 갖춰짐에 따라 보다 퀄리티 높은 게임을 갈구하게 됐고,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고퀄리티 게임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의 발전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오던 소셜 게임과,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 새로운 파이를 형성하고 있다. 소셜 게임은 과거 러시아 지역의 PC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이 되지 않았을 때부터 성장을 거듭해 온 플랫폼으로, 최소한의 환경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 게임시장에 이어 러시아 게임시장 2위를 차지할 만큼 탄탄한 유저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게임의 기반이 되는 SNS가 PC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게임시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현재 러시아에서는 ‘팜빌’과 ‘주마블리츠’ 그리고 ‘캔티크러쉬사가’ 등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런 소셜 게임의 발전과 함께 러시아 시장에서 급성장한 플랫폼이다. 특히 소셜 게임들 대부분이 PC와 함께 모바일 버전간의 계정 연동을 제공하면서 소셜 게임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모바일 게임을 새롭게 접하는 유형으로 시장의 발전이 이루어진 케이스다. 여기에 현재 모바일 게임의 주 이용 패턴을 확인해보면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의 발전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 있어서도 러시아 유저들은 부분 유료화 게임을 선택하거나, 보다 저렴한 가격을 판매하는 게임을 통해 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고퀄리티 인프라 속속 구축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러시아 모바일 시장이 저렴한 가격의 게임들과 부분유료화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 현지 무선 인터넷 환경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과거 러시아의 온라인 게임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실시간 대전을 중심으로 한 액션 RPG류는 러시아 통신망에서는 쾌적한 플레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현지 유저들은 모바일 시장 역시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머지않아 글로벌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재 모스크바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무선 통신망이 활성화되고 있고, 이런 지역에서는 ‘서머너즈워’와 같은 실시간 대전 RPG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엑쏠라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러시아 게임시장은 다양한 플랫폼과 환경이 활성화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PC게임과 소셜게임, 모바일게임에 있어 러시아 시장은 확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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