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손인춘 의원의 주도로 열린 ‘인터넷게임중독’ 토론회장은 때 아닌 축하화환의 전시장 같았다. ‘게임규제법’이 입법되면 이권을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들이 손인춘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것들이다.

물론 토론회장에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화환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한 사람이 게임인 으로서는 복잡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매체들이 나서 게임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게임업계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현실이 고작 축하화환 하나를 통해 나타나는 현실이 고스란히 마음의 고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게임악법으로 불리던 ‘셧다운제’가 떠올랐다. ‘셧다운제’는 게임을 하면 사람의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는 ‘게임뇌’ 이론을 바탕으로 시행됐다. ‘게임뇌’는 일본 학자가 주장한 이론으로 실험 방법이 빈약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미 일본에서는 사장된 이론이다. 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주장을 가지고 게임산업을 압박하는 것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당시 게임업계는 ‘셧다운제’에 대해 통과가 될 리 없다며 낙관하는 분위기 였다.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어차피 입법되지 못할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이 화근 이었다. 우스갯 소리로 농가의 상식은 사회의 비상식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경우가 딱 그러했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매년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하는 미국의 경우 미국총기협회가 로비스트를 통해 마치 한국의 손인춘 의원이나 신의진 의원처럼 게임을 압박 했다.

총기협회는 총기 판매를 제한하면 자신들의 이권이 축소될 위기이기 때문에 만만한 게임을 희생양으로 골랐다고 해외 매체들은 주장했고, 게이머 역시 이런 매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 게임업체들은 앞장서서 각종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이 적다는 주장을 펼쳤다. 게임의 순기능과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가 반복되자 미국 정부가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게임과 총기 폭력 연구에 1000만 달러라는 예산을 지원할 것을 결정했다.

물론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세계 어느 국가보다 존중하는 미국이라서 이런 경우가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업체가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높이면서 정부를 설득하는 행위가 부러운 것은 비단 오늘 본 축하화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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