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힘들었다"
업계 밀알이 된 게 큰 보람…11월 '관리위' 출범 지원에 만전

“내달 출범할 게임물 관리위가 차질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돌이켜 보면 아쉬움도 있지만 대과 없이 게임위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게임법 개정에 따라 내달 25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게임물 등급위원회의 백화종 위원장(65)은 재임기간의 소회를 새롭게 출범하게 될 게임물 관리위원회에 더 할애해 언급하는 등 기대감을 나타냈다.

백 위원장은 게임위에 부임하기 이전 언론계에 재직하면서 필봉을 날렸던 논객이었다. 그가 국민일보에서 연재했던 ‘백화종 칼럼’은 지식인층은 물론 서민들의 가슴을 울렸고, 그의 날카로운 필봉은 힘 있는 권력자들에겐 자성의 기회를 안겨주는 청지기 같은 메시지가 됐다.

높고 낮음도 없었고 요즘 유행하듯 번지는 색깔과도 무관했다. 그의 칼럼에서는 그래서 희망과 사랑이 풍성했다.

그런 그가 뜻하지 않게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공직을 맡은 것은 순전히 절친 때문이었다. 친구가 위원회를 맡아달라고 하자, 그는 마치 운명에 순응하듯 위원회를 떠안았다. 그 때가 2012년 2월, 동장군이 봄바람에 밀려 기세를 펴지 못한 때이다.

“솔직히 저는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아요. 순전히 친구 때문에 공직이란 걸 맡아 봤는데 예상했던 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 직원들 월급 밀린 것 가슴 아파

- 그렇게 어렵던가요? 그래도 무리 없이 해 온 것으로 보여지는 데요.
“왠걸요. 조직을 이끄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 성향하고는 맞지 않는다는 거에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 일(국회에서 예산 집행을 허용하지 않아 게임위원회가 사실상 정부예산을 받지 못한 상황을 말함)은 두고두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 결국에는 주지 않았나요?
“그렇죠. 하지만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 때 못준 것은 큰 과실이에요. 내 책임이지요. 뒤늦게 은행 담보를 통해 꿔다 줬지만 어찌됐든 직원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게임위가 생각보다 쉬운 곳은 아니지요? 아니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맞지요?
“그렇습니다. 게임위가 무슨 부정이 있고, 비리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다니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내가 재임하는 기간 차 한 잔 얻어먹은 곳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기위해 재임 초기 업체를 방문할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또 심의를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여러 심의 위원이 각자 평가하는 것이어서 비리가 생길 틈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민원인들의 피해 의식이 게임위에 늘 잔존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변화하는 모습 보여주길

- 게임위 심의기준은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얘기를 미리하면 그렇지만 나는 얽매는 걸 싫어합니다. 쉽게 말하면 규제에 익숙치가 않다는 거에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난 규제를 하지 말자는 주의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지가 않아요. 정부입장도 있고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속내를 밝히면 게임계가 깜짝 놀랠 겁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규제는 풀고 사후관리는 아주 엄하게 하는 게 맞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

- 게임위가 너무 보수 성향을 보여 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과거 모 국장께서 칼럼을 통해 지적했던 것처럼 보수, 진보 성향의 심의 위원을 고루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그런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짧은 기간(그는 1년8개월간 재임했다)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생겨서. 업무적으로는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이, 위원회 차원에서는 마지막 게임물등급 위원장이 됐다는 점이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은데, 심정적으론 시원쪽에 가까우니 재임기간이 녹록치가 않았다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 유종의 미 거두는게 바람직

- 게임위의 부산 이전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 잘되고 있습니다. 내가 마무리해야 할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설 게임물 관리위는 재정문제 등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인계가 마무리될 때 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다시 언론으로 돌아간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이젠 더 이상 공직을 맡지 않을 생각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게 마지막 바람입니다. 아내가 더 낮은 곳으로 가자고 하니까 가야 하지 않을까요. 허허. 정말 그동안 나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취재 노트>

* 백화종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정식 인터뷰 약속은 아니었고 그냥 차 한잔 하자는 언론계 선배의 말에 따라, 말 그대로 차 한잔 속의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의 품성대로 시종 따뜻한 말이 건네졌고, 위원회의 부산 이전으로 분주한지 전화 벨소리가 자주 울려 퍼졌다. 백위원장은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필자에게 이같은 말을 했다. 게임계가 좀 더 단합하고 역사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게임계에 그 말을 전해 달라 했다. 그의 그 같은 지적은 초대위원장인 김기만 선배와 이수근 2대 위원장이 귀거래사처럼 똑같이 강조한 말이었다. 가슴이 먹먹해 왔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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