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글로벌기업 ‘환골탈태’

게임업계의 맏형 엔씨소프트가 8월 초 경기도 성남시 판교로 이전한다.

이미 판교에는 NHN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웹젠 등 여러 업체들이 입주해 있지만 엔씨소프트까지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기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과 함께 우리나라를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만든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판교로 이전함에 따라 한 때 게임 메카로 불렸던 강남 테헤란로는 그 이름을 판교로 넘겨주게 됐다.  아직도 몇몇 업체들이 강남 테헤란로를 지키고 있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판교로 본사를 이전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오는 8월 판교로 본사를 이전한다. 엔씨는 내달 세차례에 걸쳐 2300여명의 임직원이 단계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직원 규모가 상당한 만큼 매주 월요일 분산 이동 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과 경암빌딩 등은 모두 임대하기로 했다.

판교의 엔씨본사는 대지면적 기준으로 약 3500평이며, 삼성 R&D센터와 비교해서도 약 5.2배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엔씨소프트는 본사 이전을 계기로 새로운 정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적인 이전 뿐만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일류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 세계 일류 기업 도전장

판교시대를 맞는 엔씨의 당면한 화두는 글로벌과 모바일, 크로스플랫폼 등 세가지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업체를 대표하는 맏형으로 ‘리니지’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대작 MMORPG들을 잇따라 성공시켜왔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아쉽게도  국제무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엔씨의 매출 중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타 업체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시장환경이 바뀌면서 국가간의 경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게임업체들과 진검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화두 역시 글로벌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같은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하게 싸움에 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그가 회사 지분을 넥슨에 넘겨 준 것도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크호스로 ‘블레이드&소울’과 ‘길드워2’ ‘와일드스타’ 등 3개 작품을 꼽고 있다. 세 작품 중 ‘블소’와 ‘길드워2’는 이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바 있다. 그리고 ‘와일드스타’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E3 등 국제 전시회에서 극찬을 받으며 최고의 기대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엔씨는 ‘블소’와 ‘길드워2’의 글로벌화를 위해 중국시장을 첫 테스트의 장으로 삼았다. ‘블소’는 중국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며 최근 열린 ‘차이나조이’를 통해 중국 유저들에게 본 모습을 공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엔씨는 이 작품이 이미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텐센트라는 강력한 현지 퍼블리셔를 만난 만큼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다음 도전작은 ‘길드워2’로 이 작품 역시 북미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중국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와일드스타’이 경우 북미 스튜디오 카바인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Sci-Fi(공상과학) MMORPG다. 이 작품은 북미유럽의 대표적 흥행 장르인 공상과학 MMORPG로 개발 초기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영화 ‘스타워즈’ 와 같은 공상과학은 북미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동시에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장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미국 LA에서 열린 E3 기간 중 현지에서 ‘와일드스타 글로벌 미디어 데이’를 열었으며, 게임 소개와 개발 진행 사항 그리고 향후 글로벌 계획을 발표했다.

# 새 역량 발휘 위해 ‘협업’

엔씨의 두 번째 화두는 바로 모바일게임사업이다. 엔씨는 MMORPG의 명가로 그동안 한 우물만을 파 왔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개발력을 확보하고 만드는 작품들마다 성공을 시키는 등 그 능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시장의 트렌드는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모바일게임시장을 지켜보며 진출방안을 타진해 왔던 엔씨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모바일게임 개발조직을 ‘모바일게임개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배재현 부사장을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회사는 이번 개편으로 모바일게임 개발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고 기존 PC게임 개발 노하우를 접목시켜 시장 변화에 더욱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또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프로젝트 특성에 부합하는 유연한 조직을 운영하고 빠른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모바일 개발 조직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따라 MMORPG 분야 정상에 올라있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분야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김택진 대표가 지난 지스타에서 올해를 모바일 원년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만큼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 온라인게임 IP 적극 활용

다음으로는 엔씨소프트가 갖고 있는 강력한 온라인게임 개발력을 모바일과 연계시키는 작업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리니지’와 ‘블레이드&소울’ 등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엔씨는 일본의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업체 그리와 함께  모바일 ‘리니지 The Second Moon’의 일본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이밖에 ‘블레이드&소울TCG’를 개발키로 하고 인력충원에 나서는 등 온라인과 모바일을 넘나드는 작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걸어온 길]

대한민국 대표하는 게임계 맏형

  98년 론칭한 ‘리니지’ 신세계 개척…‘아이온’ ‘블소’ 등 연속 홈런

지난 97년 당시 대기업에서 일했던 김택진 대표는 뜻이 맞는 20여명의 창립멤버들과 함께 벤처기업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그는 엔씨소프트 설립 이전에도 아래아 한글, 한메타자, 아미넷 등의 개발에 참여하는 등 프로그래머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첫 작품인 ‘리니지’는 론칭되자 마자 입소문을 타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게임은 텍스트 중심이거나 PC통신 혹은 소규모 네트워킹에 기반을 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리니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수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리니지’는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며 아직도 식지 않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엔씨는 이 작품 외에도 ‘리니지2’와 ‘아이온’을 잇따라 성공시켰으며 지난해에는 ‘블레이드&소울’까지 4개 작품을 줄줄이 히트시키며 MMORPG의 대부라는 이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남들보더 먼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001년 5월 ‘울티마’ 시리즈로 유명한 리차드 개리엇을 영입한 데 이어 2002년 12월에는 블리자드 핵심 개발자들이 설립한 아레나넷을 인수하고 크립틱스튜디오(시티오브히어로), 넷데빌(오토어썰트)과는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엔씨소프트의 노력은 계속 이어져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북미, 영국, 스페인 등지에 현지법인 또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가진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더게임스 김병억 기자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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