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두 달…성인 이용자 급감 ‘아우성’

 PC방의 전면금연이 시행된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PC방 업주들은 그동안 흡연과 비흡연 구역 분할을 철저히 지켜왔던 만큼 PC방에 대해서는 예외로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이러한 요구는 끝내 관철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전면금연 조치 이후 PC방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성인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것이다. 또 일부 PC방에서 변칙적으로 흡연을 방치하는 경우도 보였다.

이에 따라 업주들은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1년 안에 20~30%의 PC방이 문을 닫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게임스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PC방 업계의 현황을 긴급 점검해봤다.

  더게임스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5개 PC방을 직접 찾아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업주와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이들 PC방은 비교적 전면금연을 잘 지키고 있는 편이었지만 성인이용자가 크게 줄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때는 IT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프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된 것이다.

# 성인 발길 확 줄었다

 지난 18일 이른 오후 오류동 부근의 한 PC방을 찾아갔다. 낮 시간이라 그런 지 청소년 손님들이 많았다. 성인 이용자는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 업주는 “청소년 손님들이 이용하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에 4시간 정도”라며 “가장 많은 시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성인인데 전면금연 시행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10시 이후에는 청소년의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시간 이후부터는 흡연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일방적인 전면금연 조치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다음날 찾아간 신당2동과 마포구의 PC방 또한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신당2동에 위치한 PC방은 약 100석 규모의 비교적 큰 PC방이었다. 이 PC방 안에는 완전 격리된 흡연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성인들은 이곳에서 흡연하도록 해 놓았다. 이전까지 사용하고 있던 에어커튼과 유리벽은 현재 남아 있는 상태지만 계도기간 중에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곳 업주는 “주말에는 기본적으로 학생과 성인 등이 다양하게 찾아와 낮부터 저녁까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잘 되고 있다”며 “하지만 평일에는 확실히 성인 유저 층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PC방은 지하 1층에 약 40석 규모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원래 창고로 쓰던 작은 공간을 개조하여 흡연공간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이 흡연실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어 PC방 내부로 연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곳의 공간은 특성 상 흡연석과 금연석이 자연스럽게 분리돼 있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흡연시설만 별도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사정도 다른 곳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PC방 업주는 “성인 이용자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며 “성인이 줄었다고 해서 청소년이 늘어난 것도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이용자가 크게 감소했다”고 털어놨다.

# “이대로 가다간 곧 문 닫아야”

앞서 찾아간 곳들은 성인과 청소년이 고루 찾아올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전면금연의 타격을 받아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성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던 PC 방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다.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PC방들은 역세권에 대학가에 위치하고 있어 성인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전면금연 조치로 심각한 경영난을 격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3일 안양 역세권의 빌딩 3층에 약 80여석 규모의 PC방을 찾아갔다. 손님이 한창 붐빌 시간이 오후 6시에도 무척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 업주는 전면금연 실시 이후 성인 이용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걱정했다. 그는 “매장 내에서 흡연이 이뤄질 경우 직원이 직접 주의를 주기 시작한 이후 손님이 급감했다”며 “이곳을 떠난 이용자들은 흡연을 방치하는 인근의 PC방으로 옮겨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곧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결국 법을 잘 지키는 업장은 손해를 보고 이를 피해가는 업장은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얘기였다.
더게임스가 찾아간 PC방들은 대부분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나뉘어져 있는 상태였다. 과거 정부에서 PC방에 대해 흡연석과 비흡연석을 나누도록 한 조치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도 결국 전면금연이 실시되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신당2동과 마포구의 PC방은 금연구역의 공기정화를 위해 환기구와 에어커튼까지 설치한 상태였다.
오류동의 PC방 업주는 “이미 장소를 나눠 비흡연자에 대한 보호가 잘 되고 있었다”며 “흡연시설 분리를 위해 1000여만원을 투자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 정부선 손 놓고 있나 ‘불만팽배’

  PC방 업주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정책의 변화로 피해를 입고 있는 PC방을 위해 밤 10시 이후에는 흡연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과거 투자된 흡연시설 비용을 보상해 주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정부에서는 계도기간만 주고 나서 이후에는 강력히 밀어붙이겠다는 식인데 영세상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PC방 업주들은 또 정부가 청소년 보호에만 신경을 썼지 성인들의 흡연권에 대해서는 너무 일방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는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PC방을 찾는 손님의 상당수가 성인들인데 이들의 권리를 무시함으로써 결국 영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전면금연을 피해갈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데 이것도 업주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조유경 대학생 인턴기자 randa12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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