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에 불리한 수익구조 ‘화근’

성공작 적고 20%론 턱없이 부족…1년 안에 실적내기도 큰 부담 

컴투스와 게임빌 등 모바일게임업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그동안 정부와 함께 실시해온 글로벌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업체가 발을 뺀 이유는 현실성 없는 수익배분과 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성과중심주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이 사업은 그동안 컴투스와 게임빌 등 메이저 모바일게임업체들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정부와 퍼블리셔가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이 자금을 영세한 모바일게임 개발업체들에게 지원,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였다.
그러나 3년 차로 접어들면서 핵심 역할을 해 왔던 컴투스와 게임빌이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로 인해 이 사업의 방향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됐다. 첫 해는 43억원 규모로 진행됐으며 ‘플랜츠워’ ‘프리킥배틀’ ‘듀얼오브페이트’ ‘아쿠아스토리’ 등 작품이 성과를 거뒀다. 이어 두 번째 해에는 70억원 규모로 20개 작품이 선정돼 퍼블리싱이 진행됐다. 특히 최근까지도 ‘배틀라인’ ‘킹덤앤드래곤’ ‘디펜스테크니카’ 등 선정 작품들이 국내에도 출시돼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해 해외에 게임을 수출할 경우 퍼블리셔는 20% 정도의 마진을 가져가도록 돼 있다. 이에 퍼블리셔의 경우 마케팅뿐만 아니라 개발과 상품화 과정에서 개발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수익배분이 적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개발사는 또 개발사대로 퍼블리셔와 진흥원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급박하게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다.

# 2대 8은 남는 게 없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국내 중소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애초 취지가 이렇다보니 이 사업은 퍼블리셔보다는 개발사 쪽에 무게를 두고 진행됐다. 특히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수익 배분이 2대8로 책정된 데다가 최소 1억 원 이상의 선급금을 지급하며 개발사들의 참여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중소 개발사 지원을 목적으로 두고 펼쳐지고 있는 정책 사업인 만큼 한정된 기간과 특수한 조건들이 주어져 작품 개발 및 출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게임콘텐츠의 경우 기계로 찍어내듯 한정된 기간과 자본에 맞춰 완성품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입장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한 모바일게임 시장인 만큼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이렇다보니 개발사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원 사업이 수익성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만큼 이에 적합한 방향으로 수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시행 및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해 선정된 작품들은 해외 시장에서 출시되자 두각을 나타내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중 AOS 게임 ‘플랜츠워’와 카드 배틀 게임 ‘듀얼오브페이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작 반열에 올랐다. 이에 이 두 작품은 지난 2월 MWC 2013(Mobile World Congress)에 출품되는 등 글로벌 퍼블리싱의 좋은 예시로 꼽히게 됐다.
특히 ‘플랜츠워’의 경우에는 아이디어박스게임즈와 게임빌이 협력한 작품으로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50여개 국가에서 장르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히트작으로 자리 잡았다. 또 아마존 앱스토어에도 출시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다수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게임빌은 세중정보기술과 협력한 ‘듀얼오브페이트’까지 성공적으로 진출시켰다. 이 작품은 글로벌 애플 앱스토어에서 장르 인기 순위 및 장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또 진흥원은 MWC 2013에서 ‘킹덤앤드래곤’ ‘디펜스테크니카’ ‘브레이브히어로즈’ 등 지난해 실시된 2차 사업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 한정된 시간에 결과물 내야

지난해 실시된 두 번째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70억원 규모로 진행됐으며 140여개 개발사가 지원했다. 이 중 20개 업체가 최종 선정돼 작품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게임빌, 컴투스 외에도 픽토소프트가 퍼블리셔로 참여해 개발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선정된 개발사들은 초기 선급금은 물론 현지화, 테스트, 마케팅 등 퍼블리싱과 관련된 부분을 지원 받았다. 이에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먼저 게임빌은 지난 5월 오르카(대표 허영중)와 협력해 액션 SNG ‘킹덤앤드래곤’을 출시했다. 이에 이 작품은 출시 직후 마카오, 싱가포르 등 8개 국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장르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모바일게임 진입이 쉽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여기에 컴투스는 지난 5일 쿠노인터랙티브(대표 김상준)가 개발한 3D 디펜스 게임 ‘디펜스테크니카’를 글로벌 마켓에 선보였다. 또 지난 16일에는 디디디게임(대표 방윤석)과 협력해 액션 오펜스 게임 ‘브레이브히어로즈’를 구글 플레이에서 출시했다.
그러나 이처럼 사업 종료가 가까워진 5월에서 6월 사이가 돼서야 집중적으로 작품이 발매되는 등 출시 기간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반복되고 있다. 또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더욱 복잡해지고 순환주기가 빨라지면서 이런 부분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작품 출시 제한기간과 관련된 사항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퍼블리셔나 개발사들은 제한 기간이 다가오면 억지로 작품을 완성시켜 출시하는 등 본래 사업 취지와 어긋나는 상황에 처하면서 회의감에 빠지게 됐다.

특히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지고 있어 출시 전략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모바일게임 시장인 만큼 이런 부분이 더욱 아쉽다는 것이다.
여기에 퍼블리셔로 참여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개발되고 있는 작품들이 워낙 많은데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개발사들도 많은 상황이라 지원 사업에 대한 참여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퍼블리싱 수익률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했으며 진흥원과 협업도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수익성 낮은 지원 사업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 진흥원선 ‘문제 없다’는 뒷짐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드는 이 사업은 이전과 달리 게임빌과 컴투스가 불참하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진흥원 측은 “중소 개발사 지원뿐만 아니라 퍼블리셔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도 사업 방향을 확장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공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에 진흥원은 지난 4월 해당 사업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올해는 3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3개 퍼블리셔 업체를 선정해 사업이 진행된다. 현재 퍼블리셔 업체는 선정됐으며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사업에는 255개 개발사가 지원했으며 이 중 17개가 선정될 예정이다. 선정된 개발사들은 내년 6월까지 작품을 출시해야 한다. 이는 본래보다 미뤄지긴 했으나 이전 사업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며 특별한 사정이 생길 경우 어느 정도 변경이 가능하다고 진흥원 측은 설명했다.

이밖에 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 역시 주요 수출 지역은 북미가 될 것”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로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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