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전이라는 다소 낯설은 단어는 과거 공중전화 통화시대에 많이 사용됐다. 통화를 한후 잔액이 남았는데 그 금액으로 다음 통화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돌려줄 수 없는 잔돈을 낙전이라고 했다. 그 주인 없는 낙전은 통신사의 몫이 됐다. 이후 이 문제는 국회에서까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며 통신사가 질타를 당한 것이다.

 혼쭐이 난 통신사는 부랴부랴 낙전 수입의 사용 용도를 정했다. 전화기 성능 개선 및 서비스 개선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낙전을 쓰겠다는 것. 이같은 방침이 정해진 이후 통신사는 비로소 낙전 사용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낙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카드사용 공중 전화기였다. 86년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첫 선을 보인 이 전화기는 이후 주화 카드 겸용 전화기로 발전하게 된다. 

 낙전 문제는 사회의 공기라고 불린 공중전화기도 예외 없이 시비 대상이 되는 등 예민한 사안이 됐다.
 문제는 낙전에 주인이 없는 게 아니라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쥔 사람들은 자기 돈인 것처럼 마구 쓰며 주인 행세를 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전은 게임업계에도 발생한다. 게임을 즐기거나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다. 환불받기가 애매한 금액은 모두 여기 낙전에 속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발생한 낙전 대부분을 게임업계 일부가 말도 없이 고스란히 자기 수입으로 챙겨 왔다. 낙전 수혜 대상 기업에는 대부분의 메이저들이 포함돼 있다. 

 낙전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략 한해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만 하고 있을 뿐이다. 낙전을 발생시키기 위해 아이템 판매 금액을 교묘하게 책정해 놓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고 보면 낙전의 재미가 쏠쏠하긴 한 듯 하다.  

그 때문인지 일부 몰지각한 게임기업들은 유저들의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제 멋대로 자기 수입원처럼 낙전을 쓰고 있다.      

 캐주얼 게임으로 큰 재미를 보면서 낙전 수입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이는 A사의 경우 낙전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B사도 마찬가지다. 낙전 수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따로 마련한 관련 계정은 없는 실정이다. 그마나 양심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 C사는 계정 과목을 만들어 낙전이 목돈으로 쌓이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유저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언필칭 C사와 같이 선한 게임기업이 업계에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8년 출범한 게임문화재단은 게임업계가 문화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만든 공익재단이다.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이것도 사실은 정부가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강제하다시피 해 만든 것이다. 정부가 기금 일부를 출연하고 업계가 더 보태는 식으로 자금을 조성했다. 

 그런데 업계 출연금이 업체들이 순수하게 내 놓은 돈이 아니라 게임에서 발생한 낙전을 모아 출연한 돈이라는 설이 업계에 파다했다. 생색은 자신들이 다 내 놓고 정작 출연금은 유저들이 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업계 재단 출연금은 해마다 줄고 있다. 재단측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들이 출연하는 금액은 불과 20억원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황당한 노릇이다. 낙전으로만 출연금을 내도 큰 금액이 될 법한 데 그 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최근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의 사행화를 막기 위해 게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가 웹보드 게임에 대해 자율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열흘만의 일이다. 한마디로 업계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화부를 규제부라고 헐뜯고 있다. 일부는 아예 이번 기회에 문화부의 품을 떠나 미래창조과학부로 가야 한다며 업무 분장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턱없는 소리다. 정부 부처에, 유저들에게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다름 아닌 일부 메이저들의 행태이고 구태에 있다. 

 과거에는 쓴 소리를 하면 경청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산업 규모가 커지고 덩치가 커지면서 이를 수용하는 기업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자기 논리와 허구에 빠져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하고, 사회구성원을 위해 손해를 봐야 한다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기업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지경이다.         

 정부가 업계에서 내놓은 자율 규제책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게임법 개정을 통해 규제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일부에서는 매우 의아스럽게 볼 수 있겠지만 본지에서는 이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 기사를 내 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을 게임업계의 낙전 처리 행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정부는 게임업계에 대해 또 꼼수를 부렸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손해 보는 방법도 배웠으면 한다. 어떻게 보면 꼼수보다는 정공법이 더 인간적이고 설득력을 얻을 때가 많다. 그런데 손익 분기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손해까지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이다. 게임업계에 요구되는 것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다. 

 받을 건 받고 돌려줄 건 돌려주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게 없었다. 정체성 이해하기에 도움을 주는 진정성마저 의심받아 왔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본다. 꼼수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이는 사회구성원 뿐 아니라 뜻있는 게임업계 관계자 모두가 원하는 일이다. 

 이젠 손해좀 보자.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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