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대작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이 첫 돌을 맞았다. 지난해 6월 21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블소’는 베일을 벗자마자 파죽지세의 인기몰이를 계속하며 온라인게임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오픈 직후 순식간에 동접 25만명을 돌파, 기대작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MMORPG 명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벼랑 끝 심정으로 내민 회심의 카드였던 만큼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수치였다. ‘블소’는 상용화 이후에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특히 한달여 앞서 론칭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의 열풍을 단시간에 잠재우며 최고의 게임을 등극했다.  

 지난 2008년 8월 ‘프로젝트M’ 이란 개발명으로 비밀리에 만들어온 ‘블소’는 엔씨소프트의 미디어데이를 통해 영상과 이름을 최초로 공개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첫선을 보인 ‘블소’는 ‘아이온’ 이후 차기작을 선보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엔씨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며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일까, 다음해 ‘지스타 2009’에 단독 부스로 출품해 50석 규모 독립시어터를 마련하고 신규 영상을 선보이며 그 모습을 대중들에게도 선보였다.

 그렇지만 이런 주의의 시선이 무조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회사 내부에서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 작품이 개발기간 5년 동안 약 500억원의 제작비를 사용한 것만 봐도 얼마나 심열을 기울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엔씨는 이런 기대심리를 ‘독’이 아닌 ‘득’으로 만들었다. 회사측은 안팎의 부정적 평가에 대응해 ‘블소’의 재미를 심어주는데 전력투구했다. 서비스 날짜를 여러 번 늦추며 완성도를 높이는 초강수를 뒀다.

# 신 성장동력 역할 ‘톡톡’  

 ‘블소’ 오픈 전까지만해도 엔씨의 미래는 다소 어두운 편이었다. ‘리니지’나 ‘아이온’ 등 성공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기대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아이온’ 이후 회사를 이끌어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안팎으로 신작 출시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었다.

 특시 그 당시 ‘‘블소’가 흥행에 실패하면 엔씨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작품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엔씨 전직원의 노력에 힘입은 탓일까, 지난 6월 21일 오픈한 이 작품은 이미 예전의 ‘블소’가 아니었다. 1년 전 비공개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모습은 사라지고 완성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며 수작이란 평가를 듣기에 충분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공개서비스 후 ‘블소’를 해보고 화려한 외관에 모든 재미요소를 갖춘 것을 보고 놀랐다”며 “1년 만에 명실상부한 웰메이드 MMORPG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블소’는 공개서비스 한 시간 동안 동접 15만명을 찍으며 파죽지세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첫날 동접 24만명을 기록하며 대작 MMO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게임 시장에 파란을 넘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2 대한민국게임대상’ 영예의 대상은 당연히 ‘블소’의 몫이었다. 오픈 십일 만에 정액제 방식으로 상용화했으나 유저 이탈도 별로 없었다. 전작인 ‘아이온’의 바람을 능가하기에 충분했다.

 ‘블소’는 위기의 엔씨를 살린 구세주이자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엔씨 실적은 ‘블소’ 서비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특히 회사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며 주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회사에 큰 힘을 보탰다.

# ‘디아3’ 등 외산 작품 뛰어넘어

 ‘블소’의 등장은 외산 게임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론칭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리그오브레전드’와 ‘디아블로3’를 끌어내리며 단숨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 2만 3000원이라는 다소 높은 월정액에도 불구하고 유료화 이틀 만에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블소’는 현재도 PC방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MMORPG 장르에서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위치에 차지한 점은 국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같은 성적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소’는 중국 최대 게임전문 사이트 ‘17173닷컴’에서 1년여 동안 중국 유저들이 가장 기대하는 게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손잡은 만큼 한․중 최대 게임업체 간 조합이라는 점에서 중국 유저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엔씨는 이런 중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지난해 두 차례의 테스트(Focus Group Test)를 실시, 백만 건 이상의 유저 피드백 분석을 통해 마무리 작업을 끝마쳤다. 또한 100여가지 이상의 현지화 된 추가 콘텐츠, 4가지 중문 버전, 1만5000여 건의 중국어 음성 더빙 등 현지화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기대감 속에 ‘블소’는 지난 5월 7일 중국에서 첫 CBT에 들어가면서 대륙 정벌에도 한 발자국 다가갔다. 회사측은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블레이드&소울’ 중국 테스트에 유입된 이용자 규모는 국내서 공개시범서비스(OBT)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성찬 엔씨소프트 전무는 “중국 텐센트가 진행한 ‘블소’ CBT 이용자 규모는 정확하게 밝힐 수 없지만 향후 사업 방향을 판단하기 위한 수치는 충분히 얻었다”며 “보통 한국에서 OBT를 진행하는 수준만큼 모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부 서버는 대기열이 생겨 불만을 제기할 정도로 중국 내 반응은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마스 허우 텐센트게임즈 마케팅 총괄은 “2013년은 중국 고객들에게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한 해로, 우리는 ‘블소’의 완벽한 게임 퀄리티와 고객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블소’ 만의 특별한 아름다움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국내 이어 세계로 ‘활짝’

이처럼 국내외로 이어지는 ‘블소’의 성공은 엔씨 자신은 물론 게임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대작 MMORPG의 부재로 침체기를 걷던 국내 게임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오픈 1년을 맞은 ‘블소’가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몇 가지 불안한 징후도 있다. 론칭 이후 업데이트가 빠르게 이어지지 못해 유저들의 불만이 높다는 것이다.

자사 작품인 ‘리니지’ ‘아이온’ 등의 업데이트 속도에 비하면 ‘블소’는 현저하게 느린 편이다. 이런 상황으로 국내에서 ‘블소’ 유저층 이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달 중 대규모 업데이트 ‘백청산맥’을 예고하고 있어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이밖에도 해외에서는 중국 정식 서비스 날짜를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요소가 크다. ‘블소’의 국내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매출이 빨리 나와 주지 못한다면 회사 사정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증권가에서도 엔씨 블소 매출에 대해 하락을 예상하고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이는 중국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언제든지 반등 가능하고 추가 매출 증대까지 나올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측에서도 연 내에 중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 조마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소’가 현재 중국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정식서비스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세계 정상의 MMORPG로 올라서기까지는 여러가지 준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게임스 김초롱 기자 kcr86@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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