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14명의 의원이 게임을 마약, 알코올 등과 같은 중독 요소로 보고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관리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신 의원은 "중독은 뇌손상, 우울증 등 건강을 해치고 생산성 및 학습능력 상실을 가져온다"며 "중독자 가족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해 '손인춘법'에 이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지난 달 4월 NDC13에서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와 정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했다. 프로게이머 활동기간이 길수록 전두엽 등이 두꺼워지는 등 게임을 통해 긍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한 교수의 주장은 게임 중독과 관련돼 규제를 주장하는 쪽에서 매번 주장하는 '뇌가 녹아내린다'라는 것과는 상반되는 의견이다.

한 교수는 일부 매체에서 주장한 '마약을 했을 때와 게임을 했을 때 뇌 반응이 똑같다'라는 주장에 대해 "좋아하니까 중독이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보고 그렇듯,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김치를 보듯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을 보고 나오는 반응이 동일하다"고 말해 게임과 마약을 동일선상에 놓는 논점 자체가 잘못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주장은 현재 학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게임 과몰입(중독)과 관련한 주장 또한 정식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색안경을 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며 지속적인 후속 연구가 계속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이제는 게임 규제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턱대로 규제를 들이밀어 수출 효자산업을 죽이는 짓은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다. 연이은 청소년들의 총기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서 게임의 폭력성과 총기사고가 자연스럽게 엮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 정부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 1000만 달러 규모의 게임과 총기 폭력 관련성 연구를 지시해 인과관계가 있는지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구를 지시하면서 "무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폭력적인 사건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를 알지 못 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며 한국 국회의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인들의 역할도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도 없이 '그럴 것이다'라는 추정만으로 법을 만들어선 안된다.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부의 보다 신중한 접근을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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