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독일의 클럽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무찌르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4강 추첨 당시 최약팀으로 평가받던 도르트문트가 명문의 레알마드리드를 꺾고 이길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 힘은 전․후반 동안 쉼 없이 상대편을 압박하고 경기를 지배한 허리에 있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우세한 신장을 앞세운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투지를 앞세운 저돌적인 압박으로 적을 제압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이러한 미드필더의 중요성은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미드필더, 중견업체들의 입지가 튼튼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자본과 기반 기술·인력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끊어져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키 어렵다.

하지만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보면 허리를 든든하게 해줄 미드필드 자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는 모바일 열풍 속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구글과 애플, 카카오 등 플랫폼들이 장악하면서 중견기업들의 설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천에서 용났다'란 말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카카오 등 플랫폼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만 치열하게 하고 있다. 독창적이고 뛰어난 작품성으로 무장하기보다는 플랫폼의 지원을 받으며 쉽게 성공하기만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존적인 생태계는 오래 갈 수 없다. 유저들은 비슷비슷한 게임에 식상할 것이고 카카오 등 플랫폼에 게임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산 모바일게임은 독특한 작품성으로 이미 해외에서도 그 퀄리티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이러한 독창성 보다는 쉽고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작품들이 대세가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너도나도 비슷비슷한 작품들을 양산하고 있는데 결국엔 시장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바일 업계도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현상이다. 다양한 작품을 개발하고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것 만이 든든한 허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나 구글 등에 의지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몇몇 작품들의 경우, 업계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고 이를 통해 탄탄한 중견업체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큰 업체들 역시 홀로 시장에 앞서 나가기 보다는 기술력과 개성을 갖춘 중소기업들과 함께 시장을 성숙시켜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등 모바일 생태계를 보다 든든하게 만들는 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더게임스 김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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