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현지 로열티 갈수록 감소

미니멈 게런티 5분의 1수준 추락…해외 신작 론칭은 바늘구멍 뚫기

우리나라 게임수출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수출계약금 폭락, 신작 진출 부진 등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몇몇 작품이 전체 수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나머지 작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등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등 경쟁국들이 우리의 개발력을 바짝 따라붙었을 뿐만 아니라 서버관리 등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우리나라를 뛰어넘는 등 기술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대거 내놓으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지에서 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몇몇 작품들이 선전하고 있어 수출이 늘고 있지만 2~3년만 지나도 수출증가세가 주춤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 게임업체들도 MMORPG 등 비슷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양산하기 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작개발을 통해 높아진 수출장벽을 뛰어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의 해외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곳곳에서 해외 업체와의 수출 계약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해외 업체와 퍼블리싱 계약 맺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업체들도 작품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한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의 흥행성적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게임의 급성장과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고전으로 인해 국내 게임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란 명성도 옛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업체들이 국산 온라인 게임과 관련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계약금을 감소시키거나 수익 쉐어 비율을 해외 퍼블리셔에 유리하게 계약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해외 퍼블리셔와 국내 개발사 간 비율이 6대4나 5대5였지만 최근에는 9대1로 계약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올드보이 작품들이 그나마 주도

해외 게임 수출 시장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호조세가 지속되는 듯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해외 수출 규모는 매년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게임 수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29.4% 증가한 16억 610만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2011년은 23억 7800만 달러로 전년대비 48.1% 상승했다. 진흥원측이 예측한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8억 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대비 19.9%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겉으로 볼 때는 수출금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해외 시장 성적을 살펴보면 이미 5~6년이 지난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몇몇 작품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400만 명을 돌파하고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포인트블랭크’도 시장 점유율 35%를 기록, 인도네시아 최대 흥행작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새롭게 판호를 획득하거나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끄는 신작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의 수명이 다할 경우 더 이상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해외 업체들은 계약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가격 낮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비슷한 다른 작품을 알아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국내 개발회사들은 차기작 개발은 커녕 본전이라도 찾자는 심정으로 낮은 가격에 계약할 수 밖에 없다. 울며 겨자먹기식의 계약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계약되는 작품들 대부분이 주요 상장사 중심의 작품들로 이뤄진다.  다시 말해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으면 수출 판로가 막힌다는 것이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해외 시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 중소업체 국내외서 샌드위치 신세

해외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A 개발업체 대표는 마음이 갑갑하다. 최근 한 해외 업체와 여러 번의 미팅을 가졌는데 최종 계약 과정에서 국내 성적을 요구한 것이다. 해외 업체는 성적이 중요하다며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A사 대표는 “기존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다른 B 개발업체는 4년간 개발한 작품을 해외 시장에 내놨다. 한 해외 업체와 미팅을 잡았지만 고민에 빠졌다. 기존의 게임에 비해 높은 가격이 아닌데도 미팅 업체는 비슷한 게임이 중국에 있다며 로열티 가격을 낮춰주길 원했다.      
전문가들은 로열티 급감의 원인으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침체를 꼽았다. 해외 업체들이 게임 계약 평가 잣대로 내세우는 게 게임의 성적이다. 프로토타입만 보고 계약했던 예전의 해외 업체가 아니다.

이들은 특히 국내 게임 성적을 중요시 한다.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한 국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느냐에 따라 계약금의 수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국내 게임 성적이 없다면 다른 지역의 성과를 참고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론칭해 호평을 받았다면 비슷한 유저 성향을 가진 대만에서도 계약 체결이 수월해지는 식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내 게임 성적은 게임의 몸값을 높여주는 중요 자료가 된다. 그런데 국내 시장은 신작들의 무덤으로 변해갔다. 신작 효과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반짝 상승하다가도 종국에는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지난해만 봐도 ‘블레이드&소울’ 외에는 좋은 성적을 거둔 신작들을 찾기 어렵다.

최근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국내 신작 온라인 게임들은 오픈해도 불안하기만 하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니 수출 계약 과정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중저가 게임들의 강세도 국내 온라인 게임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중국 게임이 한국을 추월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건 중저가 게임에서 국내 게임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바짝 추격 경쟁국 중국

전문가들은 게임의 수출과 로열티 계약은 결국 작품성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도 작품성이 뛰어나면 해외에서 고가에 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작품성이란 창의적이거나 기존의 게임을 대체할 만한 작품을 말한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도 당시 중국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과 비슷했지만 ‘카스온라인’을 대체할 정도의 높은 작품성을 가졌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오랫동안 MMORPG와 FPS로 양분돼 있던 국내 시장에 AOS라는 참신한 장르로 국내 시장에서 우뚝 섰다. 

전문가들은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외 시장 분석이 필수라고 말한다. 국내 시장은 그동안 MMORPG에 편중됐다. 대작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제작돼왔다. 창의성이 결여되고 장르 다양화에 실패했다.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며 그래픽에만 정성을 쏟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결국 사양만 높아져 국내에서만 구동 가능한 작품들이 양산됐다. 이는 시장에 대한 예측 분석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따라 무작정 트렌드를 좇지 말고 진출 국가에 대한 정확한 시장 분석과 이에 맞는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는 조언한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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