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오래전부터 등급심의업무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왔다. 외국의 경우도 정부가 직접 게임등급을 결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정부에서도 마침내 청소년게임에 대한 등급심의업무를 민간에 이양키로 하고 지난해 자율심의기구 설립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당시 게임문화재단이 자율심의기구를 설립하겠다고 제안서를 접수했으나 재정적인 부분에서 충분한 준비가 안됐다는 판단에 따라 반려되고 말았다. 

그리고 해를 넘긴 상황에서 급기야는 게임문화재단의 민간자율심의기구 설립 계획이 백지화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제는 업계에서 알아서 하라고 공을 넘겨줬더니 다시 공을 받아 치기는 커녕 공을 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린 꼴이다. 국회에서는 지금의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없애버리고 모든 등급업무를 민간에서 맡도록 하겠다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업무를 책임져야 할 업계에서는 ‘못하겠다’고 뒤로 물러서고 있으니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다.

지금의 모습은 한 마디로 ‘무책임’ 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업계의 무책임한 모습이 어제 오늘 만의 일은 아니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의견을 취합하기 힘든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게임업계는 지금 심각한 위기상황 속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똘똘 뭉쳐 이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앞서 나서는 사람도 없고 그를 뒤에서 밀어주며 함께 나가는 사람도 없다.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하다며 저 살기에 바빠 허둥대는 모습들이다.

이러다가는 결국 모두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먼저 책임을 지고 내가 먼저 희생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의 위기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