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취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5대 국정 과제를 밝히며 국민들에게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자고 역설했다. 과거 그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자며 국민들을 독려하던 유신 시절이 순간 오버랩 됐다.

그 당시엔 중화학공업이 수출 주력의 선단을 이뤘다. 수출을 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경제 구조이기도 했지만, 세계 경기에 흔들리지 않고 고용 창출에 적합한 먹거리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경박단소화 및 다품종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 덩치 때문에 업종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정부가 뒷수습하는 데 골치를 앓긴 했지만 중화학공업은 한동안 내수와 수출에 큰 버팀목의 역할을 해 주었다.

우리의 뇌리에 그동안 잊혀져 온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는 구호가 밀레니엄 시대인 이 때에 또 다시 등장한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같은 현상을 매크로 하게 보면 우리 경제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것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동 유럽이 흔들리더니 선진 유럽이라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이 경제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2% 대의 성장률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은 다행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다 할 만큼 세계 경제는 지금 요동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새롭게 제시한 국정 프로세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 부흥과 문화 융성이었다.

그는 이날 국정 과제의 최우선 축으로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그리고 문화 융성을 꼽았다. 5대 국정 목표인 창조적 경제를 강조하면서 첫 언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설명하면서 창조적 경제를 말하고 창조적 경제를 주창하면서 문화 융성을 역설했다. 무슨 말인가. 문화 융성과 경제 부흥은 또 무슨 함수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밀레니엄 경제는 지식 경제가 핵심이 되고 있다. 또 지식경제의 핵심은 콘텐츠다. 콘텐츠를 빼고서는 경제를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굳이 싸이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지 않아도 될 일이다. 지금 세계는 콘텐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가가치를 따지면 상상을 초월하고 고용률은 제조 산업의 그 것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더군다나 녹색 환경 경영 실현에도 보탬이 될 만큼 콘텐츠 산업은 청정지대다.

그렇다고 창조적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박대통령의 언급이 곧, 문화 경제를 가르키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문화 융성을 통해 새로운 경제 프로세스를 창출해 내겠다는 그의 생각은 별반 차이가 없다.

즉 수혜자 입장에서 봐도 문화가 융성해 지면 행복 지수가 올라가기 마련이고 삶의 질은 풍요로워 지기 때문이다. 결국, 새 정부는 문화 융성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고, 또 한편으론 이를 통해 창조적 경제를 실현해 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박 근혜 새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과거 정부처럼 돌아가지 말고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정면 돌파해 달라는 것이다.

국내 콘텐츠산업 규모는 약 90조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43억 달러에 달한다. 종사자만도 60여만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통계 자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에 대해서는 한마디 부연 설명이 없다.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 즉 사행성, 폭력성, 중독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젠 정부가 정면으로 돌파하며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무려 10조원에 이르는 규모에, 해마다 전체 콘텐츠 수출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20여억 달러를 수출하는 게임산업을 마치 계륵처럼 제쳐두고 창조적 경제의 프로세스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문화의 홍수는 그 양면성에 의해 부정적인 현상과 문제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고 하위 문화의 경우 그 문제점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를 적절히 조화롭게 이뤄 나가는 게 창조적 경제 프로세스의 핵심이 아닐까. 정부가 나서 게임이 미운오리새끼가 아니라 백조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수용하고 받아들이도록 일정부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부할 건 또 있다. 이번엔 게임계에 하고 싶은 말이다. 게임계도 이제 더 이상 정부로부터 수혜를 받은 게 없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이 없고, 산업 인프라가 건재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게임은 있을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정부가 게임계에 해 준 게 뭐 있느냐며 성토하는가 하면, 카카오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면 받았지, 정부나 산업 인프라의 도움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하는 이 조차 있다 한다.

정말 한심하다 못해 지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사회로부터의 엄청난 수혜이자 혜택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정부와 국민들이 게임계를 미워하는 게 아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창조적 경제를 통한 문화의 융성은 또 다른 소통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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