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감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당초 국감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김 빠진 국감이 될 것이란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특히 게임계의 현안은 제대로 챙겨 보지도 못한 채 문을 닫고 말았다. 그만큼 게임산업계에 선량들의 관심이 없다는 뜻도 되겠지만 그들의 눈과 이목이 이미 대선이란 이름의 복마전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눈길을 끈 것은 게임위에 대한 국감 현장이었다. 워낙 논란의 불씨를 잘 지피는 곳이기도 했지만, 유독 올해 게임위의 국감이 주목을 받은 까닭은 한 야당 의원이 발췌한 게임위 관계자의 녹취록이란 것이 국감 현장에서 폭로됐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담겨진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파렴치 할 뿐만 아니라,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 지금에도 이런 일이 빚어지고 있구나 하는 장탄식이 나올 법 했다.

굳이 녹취록의 내용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쥐 꼬리만한 힘도 나름 권력이라고 그렇게 게임위가 업계에 군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실, 이번에 폭로된 녹취록의 주인공은 업계에선 다 아는 인물이다. 또 그의 행위와 행태에 대해선 이미 다 아는 비밀처럼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쉬쉬한 채 외면해 왔던 것이다.

필자도 과거 이수근 전 위원장 시절, 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게임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 위원장에게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회적으로 게임위의 조직 재편 필요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문제도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이런 와중에 해당 산업, 즉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멍들대로 멍이 들어 버렸다. 아무리 주변을 살펴보아도 변변한 업체가 없다고 할 정도다. 정책에 흔들리고, 어처구니 없는 심의절차와 심의 기준에 오도 가도 못한 채 망가져 버린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비디오게임과 함께 세계 게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다 합친다 해도 그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황금 시장이 국내에선 천덕꾸러기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그 까닭은 사행성에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더 이상 억울한 곳이 없는 데가 다름 아닌 아케이드 게임업계다.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게임위 심의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고 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 그 역 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심의 기준이 모호하고 심의 절차 또한 오락가락 하는데 견뎌 낼 재간이 없더란 것이었다. 

게임위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민관 이관 문제를 서둘러 매듭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서 만의 하나, 빚어질 수 있는 비리들을 원천봉쇄하는 등 독버섯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게임위를 없애거나, 아니면 쥐어짠다고 해서 이런 낯 뜨거운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에 무게를 두고 문제의 솔루션을 찾아 가는 게 급선무다. 

 특히 사행 문제가 제기되면 이를 금기시 한 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 또한 문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사회적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방치함으로써 음성적 사행 산업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일부 온라인 게임은 게임임을 포기한 채 패치를 통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사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독버섯의 토양은 정부의 애매한 정책과 태도에 기대어 만들어 지는 것인데,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과거 군사 정권 시절 만들어진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 하느냐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그 틈 사이로 독버섯이 생기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아직도 국민을 계도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틈을 헤 짚고 기생충이 생기는 게 아닌가.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가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다.

[모인 더게임스 편집국장 /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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