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주식을 매각한 돈을 넥슨과의 협력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어떤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지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모델은 바로 글로벌시장을 함께 개척한다는 시나리오다.

김 사장은 최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넥슨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긴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등 외산 작품들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면서 매출 하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게임 업체들의 실적이 L자형으로 떨어졌다”며 “국내 업체들 중 상당수가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예전에는 순익 1조원 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나만 잘 만들어 세계최고가 되고자 한다”며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향후 중국 시장 등 해외 성공 경험이 많은 넥슨과 세계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사장이 넥슨과 함께 세계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사장을 공략함에 있어서 엔씨와 넥슨은 그동안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들 두 업체의 가장 큰 차이를 개발과 퍼블리싱이라고 말한다. 엔씨는 개발력이 뛰어난 업체고 반대로 넥슨은 퍼블리싱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이점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에서도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개발에 집중해왔던 엔씨의 경우 현지 퍼블리셔를 선정하는 문제나 현지 서비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넥슨은 퍼블리싱에 특화된 능력을 발휘하며 많은 작품을 해외시장에서 성공시켰다.

바로 이 점에 김 사장으로 하여금 넥슨과 손을 잡게 만든 결정적인 요소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엔씨가 해외시장에서 전패한 것은 아니다. 몇몇 작품은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엔씨는 해외의 유명 개발자를 영입하거나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개발력 강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점이 또한 넥슨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믈론 지금까지 엔씨 역시 글로벌시장 개척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넥슨은 지난 해 876억1300만엔, 한화로 1조21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명실상부한 최대 게입업체로 자리잡은 것이다. 시장별로 국내에서 35%, 중국에서 31%, 일본 18% 미국 8%, 유럽 등지에서 8%를 기록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전체의 65%를 차지할 만큼 이미 해외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역시 2010년에 서비스 8년 만에 ‘리니지2’가 글로벌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개발투자비용에 무려 100배를 벌어들인 셈인데 전작인 ‘리니지’가 세운 10년 기록을 2년이나 단축시켰다. 게다가 미국, 대만, 일본, 중국, 유럽, 동남아 등 거의 전 세계에서 서비스되며 현재까지도 해외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엔씨의 대표 MMORPG ‘아이온’도 2010년 중국 샨다와 5000만 달러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성적들만 봐도 엔씨소프트의 MMORPG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넥슨의 경우 자체 개발한 작품 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해 획득한 판권을 통해 상당한 해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넥슨의 해외 효자 게임은 단연 ‘던전앤파이터’다. 네오플이 개발한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3억명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던파’는 중국서만 동시접속자 260만명을 기록하는 등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출도 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중국 내에서도 ‘크로스파이어’ 다음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넥슨의 이같은 성공은 해외시장에 빠르게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넥슨은 지난 98년 ‘바람의나라’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부터 2002년 넥슨재팬을 설립하고 여러 지역에 지사를 오픈함으로써 글로벌 게임업체로 거듭났다.

반면 엔씨는 해외 퍼블리싱 보다는 유명한 해외 개발자를 영입하거나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개발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차드 게리엇의 영입과 북미 게임업체인 아레나넷을 인수한 것이다. 리차드 게리엇의 영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아레나넷은 ‘길드워’와 ‘길드워2’를 개발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개발과 퍼블리싱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던 두 업체가 이제는 힘을 합쳐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와 넥슨이 아직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양사의 장점을 살리는 협력모델을 성공적으로 론칭한다면 한국 게임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대인 기자 comdai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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