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임업계에서 인수합병(M&A)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게임업계의 인수합병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인수합병은 타 산업분야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특히 게임업계에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인수합병 바람은 게임업계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인수합병은 독이 되기고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국내 게임업계의 인수합병은 2000년도 초반부터 조금씩 시작되었다. 초창기 코스닥에 등록했던 게임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자 다른 회사로 매각 또는 합병을 통한 캐시 아웃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위자드소프트는 기업실적이 악화되자 대주주의 지분과 경영권을 다른 회사로 넘겼다. 최근의 인수합병 유형중 대표적인 것은 대형 게임 회사들이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면 기업 규모를 늘리가는 형태이다. 이런 인수합병은 마치 게임에서 경쟁하듯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넥슨은 당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메이플스토리의 위젯을 인수했고, 대박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엔도어즈와 게임하이, JCE 등 다른 중대형 게임사들을 인수했고, 지난 달에는 국내 최대 게임 회사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인수금액만 8045억원으로 게임업계 인수업계 사상 초대형 빅딜이 일어났다.

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인수합병은 중소 게임개발사와 대형 퍼블리셔에게 약만 되는 것일까? 독이 되는 경우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왔다. 실력있는 중소게임개발사는 큰 회사에 경영권을 내주면서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대형 게임사들은 퍼블리셔로서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인수합병의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히트하고 있는 유망 중소게임개발사인 경우 여러 대형 게임사의 인수합병 제의를 복수로 받는 경우가 있다. 중소게임개발사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거나 고용을 늘린다. 그러나 인수 후에는 무리한 사업 부문의 축소 또는 감축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임하이는 넥슨에 인수되면서 대규모 인원감축을 단행해야 했다. 몸값은 더 받았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직원들이 권고사직 당해 실업자가 되었다. 대주주들은 큰 돈을 받고 경영권을 넘겼지만 직원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당해야만 했다. 가정 있는 사람들의 경우 실업의 아픔이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한편 중소 게임 퍼블리셔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게임을 소싱할 기회가 없어진다. 인수합병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겪어왔다. 어떤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무리한 추진으로 오히려 위기를 맞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의 EA(Electronic Arts)는 맥시스, 웨스트우드 등 실력있고 히트작 있는 중견 게임개발사를 큰 돈으로 인수합병하고, 최근에는 소셜게임업체인 플레이피쉬(Playfish)를 인수했으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해 지난 해에는 줄곧 지켜왔던 1위 자리를 액티비전블리자드에 넘겨주어야 했다.

넥슨은 이제 다각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머지 않아 세계 1위로 넘볼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다. 매출 규모도 2조에 육박하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인 닌텐도가 2011년 9조 600억원, EA가 4조 7,700억원인 것에 비하면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이제 글로벌 공룡기업으로 한 걸음 더 나간 셈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에서의 시장장악력을 높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 구조를 망치고 국내 중소게임 개발사들의 성장을 방해하며, 일자리마저 빼앗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독을 먹는 것처럼 고통이 동반된 인수합병이라도 국내 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면서, 온라인 게임 뿐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으로 세계를 리드할 모델을 넥슨이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그렇다면 그간의 인수합병은 좋은 보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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