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과 김정주. 이 두사람은 게임벤처업계의 1세대로 게임업계의 신화를 창조한 기업가이다. 젊은이들의 우상인 두사람은 게임하나로 세계적인 부를 쌓았지만 걸어온 길은 다르다. 김택진사장은 일찍이 울티마시리즈의 개발자로 널리 알려진 게리엇 형제를 영입하는 등 세계적인 게임개발업체로 성장하고자 노력해왔다. 김정주회장은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직상장하는 것은 물론 여러 게임회사들을 인수하는 M&A를 통해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 왔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두사람이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고자 이번에 일반인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사장은 전격적으로 1대주주의 자리를 넥슨에게 넘긴 것이다. 단순히 김택진대표가 개인적인 재테크를 위해 자신의 지분 24.7% 가운데 14.7%(321만 8000주)를 8,045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라는 두회사가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지고 있는 무게로 볼 때 이번 지분거래에는 전략적인 제휴관계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매각건에는 몇가지 석연치 않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지분 매각건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서 이루어진 업계의 M&A 관행과는 아주 다르게 이루어졌다. 발표한 매각금액으로 볼 때 1주당 25만원은 시장가격(26만원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두경영자의 친분관계로만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는 거래다.  


또한 단기간에 두회사가 결합,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넥슨의 인수지분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두사람만이 아는 어떤 이면계약이 있을지 모르지만 공시내용으로 볼 때 넥슨이 1대주주로 올라섰지만 김대표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장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김대표는 자사주 9%와 우호지분 등을 고려하면 당장 넥슨에 경영권을 넘기고 떠나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두회사가 걸어온 길이 너무나 다르다. 넥슨은 기업 인수를 통해 외연을 확장해왔다면 엔씨는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사업을 영위해왔다. 두회사의 성격이 너무나 다른 상황에서 일부 지분인수만으로 당장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디아블로의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넥슨과의 결합으로 PC방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김택진사장이 지분매각이라는 강수를 던진 것으로 보기에는 의문이 있다. 이같은 작은그림보다는 큰그림을 그린다는 측면에서 해외시장 진출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엔씨소프트의 입장에서 넥슨의 해외시장 성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려 했다면 넥슨의 지분인수에 걸맞게 엔씨소프트측에서도 넥슨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김택진사장이 지분매각건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부동산투자나 게임이외의 분야에 투자 등을 통해 게임업계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점도 엔씨소프트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게임산업을 이끌면서 글로벌화한 전략을 구사해온 두사람이 진정으로 의기투합, 국내 게임산업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렸다는 의미를 받기 위해서라도 엔씨소프트의 넥슨 지분인수가 필요하거나 단순한 지분매각이상의 새로운 재편이 뒤따라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에서 고민하는 두사람의 결정이 넥슨의 독주체제를 가속화시켜 국내게임산업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두사람의 결정이 잃어가고 있는 벤처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국내게임산업계의 새로운 원동력을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원철린 언론학박사 crwo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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