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노력은 늦출 일이 아니다”

진흥ㆍ규제 병행 바람직…5년내 매출 1조 기업 3개 만들 것, 의욕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취임 7개월째를 맞고 있다.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그의 이력에서도 볼수 있듯이 그는 박물관장에 이어 문화재청장을 역임하는 등 문화유산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 그가 불쑥 문화장관으로 발탁되자 잡다한 문화 행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았다.


 그런 그에 대한 의구심은 불과 7개월 사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천부적 부지런함으로 뛰어다녔고 그의 박식한 언변은 주위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한류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을 식히지 않기 위한 대안도 언급했다.
 그는 마치 준비된 장관처럼 보였다. 게임산업에 대해서도 수치를 언급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비교하기에는 그렇지만 문화부에서 최고의 장관으로 꼽았던 박지원 전 장관의 행보와도  비슷했다. [대담=모인 편집국장]

 

 지난해 10월 게임업계와의 첫 만남도 그가 자리 마련을 서두르라고 했을 만큼 게임업계에 관심이 높다. 5대 메이저란 용어도 낯설지 않게 썼고, MMORPG란 장르를 어렵지 않게 꺼내며 젊은이들이 재미있어 하겠다고 했다. 슬그머니 아케이드 게임산업으로 넘어가더니 못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모바일 게임업계의 쾌속질주를 언급하며 자신의 일인양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게임업계를 만나겠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발품을 팔겠다고도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지식산업의 핵심이자 부가가치가 이만큼 뛰어난 콘텐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만큼 중요한 산업이니까 관심을 쏟아야 하는게 아니냐는 설명이었다,


 최장관은 이날 게임업계에 대한 아쉬움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도 많고 실제로 그런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했다. 과몰입과 사행성은 시장이 존립함으로 빚어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일지라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자정 차원에서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의 사회공헌 노력은 늦춰서도, 또 능한시해서도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각에서도 게임업계의 나몰라식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그는 소개했다.


 지금도 ‘테트리스’를 즐기고 있다는 최장관을 지령 400호를 기념해 만났다.

 

# 정책책임은 문화부


-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7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문화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특히 온라인 게임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콘텐츠 개발인력 및 기술, 작품개발을 위한 투자 등이 함께 조화를 이뤄야합니다. 그간 문화부는 이런 과제에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게임분야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영화를 비롯한 다른 분야는 지원이 더 확대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콘텐츠 기술 연구 등에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 장관께서는  게임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여전히 안팎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까.


“게임은 콘텐츠산업의 핵심 분야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먹거리 산업으로 삼는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게임은 그 정도가 지나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게임업계는 물론 이용자도 절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설사 게임 자체에는 사행성이 없을지라도 퍼블리셔들이 사행적으로 운영한다면 사행성 게임에 가깝게 되고 이용자가 게임을 사행적 도구로 이용한다면 사행성 게임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핵심 게임정책 과제는 산업진흥이라는 과제와 사회적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정책과제가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하고 균형이 유지될 때 지속가능한 게임산업 발전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를 통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은 어떠하신지.


“청소년 게임중독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고 사회는 게임이외에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여가 문화환경 조성에 힘써야 합니다. 청소년이 게임중독에 빠져드는 이유는 공부만을 강조하는 사회의 풍토로 인해 야외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부족해 게임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교과부나 여가부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염려하는 바는 공감하나 교과부와 여가부는 학교와 가정에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놀이문화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게임중독과 관련된 산업의 규제는 우리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각 부처의 기능과 정책목표에도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민관이관사업 지속 추진


- 문화부는 당초 올해 2012년 우리나라를 세계 3대 게임강국에 진입시키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최근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정책과 비춰볼 때 이 같은 비전에 대한 지속 추진 여부는 어떠한지요.


“최근 게임중독에 관한 이슈 등으로 정부가 게임에 대한 규제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진흥정책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가 민간으로 이관돼 게임개발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또 국산게임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확대 및 해외유통지원을 추진하고 중소게임 기업의 투자 및 기술지원을 위한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같은 비전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대한 민간이양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으며, 심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게임위에 대한 운영과 방향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 것인지요.


“지난해 하반기 모바일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기능이 민간으로 넘어간데 이어 올해 하반기 에는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온라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가 민간으로 이관되는 등 게임위의 등급분류 기능은 갈수록 축소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등급분류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게임물에 대한 사후관리 기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기능 수행을 중심으로 게임위 조직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지요. 문화부는 향후 이러한 점을 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처리할 계획입니다.

 

- 게임은 규모면에서 수출비중이 가장 높은 문화 콘텐츠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입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가 이용자에게 순기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합니다. 게임자체로 즐거움을 주거나 게임이 교육이나 의료적 목적으로 활발히 사용되는 등 게임의 순기능이 확산되면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가 따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게임이용 문화도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오락의 도구로 사용되지만 경우에 따라 사행적으로 악용되기도 하지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게임이용문화 조성을 위한 국가 및 사회의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게임중독예방조치제를 시행하는 한편 게임문화재단 등 민간과 공동으로 건전 게임문화 확립을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토록 유도해 나갈 생각입니다.”

 

- 최근 게임업계는 정부가 가요, 드라마 등의 문화콘텐츠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큼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간 정부는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보다는 진흥에 중점을 둬왔고, 이에 힘입어 게임산업은 약 10년간 연간 10%이상을 훨씬 넘는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게임중독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발전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 강화, 성숙한 게임이용문화 형성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최근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를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 줬으면 합니다.”

 

# 아이템 판매에만 열올려 문제


- 최근 게임업계는 온라인 업체들의 경우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아케이드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육성은 무엇인지요.


“아케이드게임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의지 문제라기보다는 국민생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된 데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게임의 주요 이용층은 청소년입니다. 그러나 대학입시 등의 문제로 청소년 생활이 학원이나 가정에서 이루어 지다보니 아케이드 게임장을 찾을 여유가 없고 아케이드게임 보다는 온라인 게임을 선호하게 돼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케이드 게임은 관광진흥법상 유원시설업의 유기기구와 유사해 경계선상에 있습니다. 아케이드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품을 관광시설 또는 게임장에 자유롭게 설치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법령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와 병행해 아케이드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은 게임 등 문화콘텐츠산업입니다. 이와 관련해 향후 게임산업에 대해 문화부가 제시하는 비전을 말씀해 주신다면.


“현재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게임기업은 1개에 불과합니다. 문화부는 향후 5년 이내에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기업 3개사,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10개사 달성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 끝으로 게임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게임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에 앞서 완성도 높은 게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사이 완성도 높은 게임이 등장하지도, 개발도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게임업체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템 판매 등 마케팅기술만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업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완성도 높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다양하게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정리=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사진=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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