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하다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특히 90개 이상의 캐릭터가 있지만, 똑같은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경이로울 정도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연출하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유저 또한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 어찌 경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LOL이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경탄스러운 작품이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LOL은 워크래프트3라는 플랫폼 위에, 여러 유저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DOTA라는 유즈맵이 단일 게임으로 독립해 나온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LOL 속에서 자기들이 정한 룰(rule)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저들이 만든 룰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었더니, 그 안에서 유저들이 또 새로운 룰을 만들어낸 것이다. 개발자의 의도를 뛰어넘어 새로운 룰을 통해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들의 창의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좋은 게임이란 그 자체로 완결된 게임일까? 아니면 상상의 여백이 남아있는 게임일까?’


닌텐도의 패미콤과 함께 까만 밤을 지새우던 시절에는 좋은 게임의 기준 중 하나로 빈틈없는 완결성을 꼽았었다. 게임의 가치는 재미다. 게임의 재미는 룰의 질에서 나온다. 좋은 룰은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흥미로운 선택을 강요한다. 개발자가 정해준 룰이 완벽하면, 그 게임에 참가한 유저는 개발자의 울타리 안에서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 기준으로, 주어진 룰 만으로도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좋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온라인 게임 시대가 왔을 때, 완결성에 대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필드에서 만난 다른 유저와 가위바위보 놀이를 했을 때, 개발자의 울타리 밖에서도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때부터 유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백의 가치가 조금씩 보였다. 유저들이 만든 좀비모드가 온라인 FPS의 새로운 흐름이 되면서 좋은 게임에 대한 생각의 저울이 여백이 남아있는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져 갔다.


주말이면 집 근처 PC방에서 친구들과 ‘LOL’을 즐기는 요즘, 앞서 던졌던 완결성과 여백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게임은 모니터 반대편에 있는 유저를 적극적으로 모니터 안으로 끌어 들어야 한다. 개발자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수 백, 수 천의 유저가 뿜어내는 에너지에는 멈춤이란 없다. 특히 유저의 아이디어는 게임을 직접 즐기는 자신들의 욕구에서 샘 솟기 때문에 더욱 순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게임 안에 유저들의 상상력을 꽃피울 수 있는 여백을 남겼으면 한다. 그리고 그 안에 그려진 유저들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런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미래의 게임이 개발자와 유저의 상상력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는 생명체로 진화하기를 기대해본다.

 

[JCE 서비스 전략실 윤지응 과장 jeyoon@joyc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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