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링오프’ 도입방안은 대표적 사례… 셧다운제 시행서 보듯 실효성 ‘제로’

 

정부가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등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는 데는 큰 효과가 없으면서 업계의 이미지만 실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정부가 한탕을 노린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규제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 있는 관리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는 ‘삼중규제’로 일컬어지는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 중 두 제도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고 쿨링오프제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으며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책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 건을 해 보겠다는 식의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석달이 지났지만 이를 통해 효과를 거뒀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쿨링오프제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시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제도 시행 효과는 미미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을 규제하는 정부의 정책이 시발점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무조건적으로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막기’위해 급조해서 만든 정책이다 보니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셧다운제와 선태적 셧다운제 모두 부모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경우, 청소년 이용자를 가려낼 방안이 없다.
또 선택적 셧다운제는 한 회사의 게임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A회사에서 몇시간 게임하고 B회사에서 몇시간 게임을 할 경우, 이를 막을 재간이 없다. 업계에서는 게임을 시작하고 2시간이 지나면 자동 종료되는 쿨링오프제는 통합ID가 있어야 가능한 제도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강한 행정으로 추진된 셧다운제도는 실행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수치상으로도 4.5%밖에 줄어들지 않았을 뿐더러 업계에서도 셧다운제도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엄포를 늘어놓을 때만 해도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였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2-3명의 전담관리자를 채용했던 업체에서는 이들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는 등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셧다운제는 오히려 전체이용가 게임물에 성인이용자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영악한 요새 청소년들에게 셧다운제도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디를 3-4개 가지고 있는 청소년도 수두룩하며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면 어떻게 막을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찬근 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도 “여성가족부의 탁상행정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셧다운제는 전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게임을 더 음성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의 실질적인 대안은 아이핀을 활용하거나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수단인데 이 또한 핸드폰을 도용하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온라인게임에만 적용중인 셧다운제가 모바일과 콘솔등 다른 기기와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고 입장이다.

 

# 피해나갈 구멍 수두룩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업계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해당 제도를 인지하는 부모들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제도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디를 3-4개 가지고 있는 청소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청소년, A회사, B회사, C회사의 게임을 골고루 즐기는 청소년들에게 선택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회사의 추이를 지켜보고 선택적 셧다운제에 대한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별로 할 게 없다고 하더라”며 “선택적 셧다운제가 실행 중인지 모르는 동료들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에게 어떤 장애물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는 문화부의 무지함을 조롱하는 청소년 유저들의 글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저는 “오늘은 서든어택 2시간, 메이플스토리 2시간, 피파온라인을 2시간 해야겠다”며 이 제도의 허점을 대놓고 말했다.


선택적 셧다운제의 대상업체가 되는 연 매출액 300억원 이상, 상시근로자 수 300명 이상인 게임업체 기준에 대한 (중소기업법 의거) 적합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문화부 제시했던 ‘게임이용 시간’ 기준을 뒤엎고 여성가족부가 ‘연매출 30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준이 게임업계의 생태계를 외면한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법에 의거한 제도가 아닌 청소년 이용률이 높은 게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소년 평균 플레이 이용시간이 높은 게임을 대상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청소년 이용자 층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게임에 동일한 법으로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문화부가 급하게 제도를 만들다 보니 당장 적용하기 쉬운 중소기업법을 찾았던 게 실수”라고 지적했다.

 

# 성인은 풀어주고 청소년은 더 조여야


교육과학기술부의 쿨링오프제는 아직 시행이 되지 않았지만 각계 부처 모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일선 한 관계자는 이 제도가 전형적인 ‘뜬구름 잡기 식’의 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시간 게임을 하고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되는 쿨링오프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모든 업체의 통합ID가 필요한데 이 ID를 만드는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통합 ID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임업체가 공유해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쿨링오프제는 시민단체에서도 반발할 만큼 ‘무리수’라고 지적한다.


문화연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교과부의 쿨링오프제가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분석조차 없이 무작정 게임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쿨링오프제는 여성가족부와 문화부가 실시하는 정책과 중첩된다며 교과부마저 쿨링오프제를 빌미로 게임규제에 나서는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원희룡 새누리당 의원도 쿨링오프제가 과잉금지 위반으로 위헌 소지가 크며 실효성이 떨어져 합목적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도 청소년이 성인 아이디를 사용할 경우 규제 할 방법이 없다며 쿨링오프제의 허점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게임산업협회와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도 각각 성명서를 통해 쿨링오프제의 도입을 반대했다.


이처럼 정부 부처에서 내세운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는 하나같이 ‘청소년 게임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름만 다른 제도가 남발돼 업계에 혼란만 줄 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문화부측은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충분히 청소년들에게 게임의 폐해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줬고,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같은 문제점 보완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성과는 미진하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성부와 문화부의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게임규제도 완벽하게 게임이용을 차단할 수 없으며 심각하게 게임에 빠진 이용자들을 제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또한 성인의 경우 규제를 완화하되 청소년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충분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도록 부추기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므로 이벤트를 제한하거나 아이템의 현금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청소년들이 장시간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은 각종 이벤트와 고가의 아이템 등이 유혹을 하기 때문”이라며 “너무 과한 이벤트나 청소년 게임물에 적합지 못한 행사 등을 실시할 경우 극단적일 수 있지만 영업정지 등 강력한 규제를 가한다면 이러한 문제가 뿌리 뽑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중구난방식으로 이어지는 게임규제법을 자제하고 연령별 게임이용자층, 게임 장르, 평균 플레이시간, 플랫폼 적용 가능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한 뒤 제도를 전명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게임스 최승호 기자 midas@thegames.co.kr]
<관련기사 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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