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 해가 밝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비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용의 해다. 그러나 안팎의 경제 환경을 들여다 보면 녹록치가 못하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덩달아 한국 경제가 춤을 추고 있는 형국이다. 올 경제 성장률은 기껏해야 2∼3% 내외로 예상되고 있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유 가격은 시도 때도 없이 치솟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고조되면 무역 규모 1조달러에, 세계 랭킹 9위라는 국가 위상을 더이상 자랑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밀레니엄 경제는 융합시대다. 쉽게 표현하면 한가지만으로는 더이상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완성차 업계라고 해서 자동차만으로 수출 시장을 뚫을 수 없고, 조선업계라고 해서 선박만 잘 만들어선 선진 시장을 개척할 수 없다. 그 한가지 무엇을 접목하거나 쓸어 담지 않으면 부가가치를,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이웃 일본 경제가 20여년 넘게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더딘 행보 때문이며 시대의 흐름인 융합화를 제대로 쓸어 담지 못한 때문이다.

 게임의 원조라고 불리는 닌텐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끝없이 변신하면서 시대에 걸맞은 제품을 내 놓았다고 자신했지만 그 범주를 뛰어넘지 못했다. 닌텐도의 신제품으로 시장에서 반응한 건 딱 3∼5년 정도 였을 뿐이다. 위기 때마다 급처방전이 우연찮게 맞아 떨어졌지만 시대는 이미 훌쩍 앞서가 버렸다.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닌텐도가 또다시 급처방전에 의한 제품을 구상해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건 백전백패로 가는 길이다. 겉만 번지르한 하드웨어에 고만 고만한 소프트웨어(콘텐츠)로는 시장에서 절대 통할 수가 없다.


 닌텐도와 대비되는 기업은 미국의 애플이다. 옛 것을 고수하는 데 애플을 따라올 기업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살아 남았고 밀레니엄 시대의 애플을 창조해 냈다. 닌텐도와 달리 애플은 트렌드에 흉내 내려 한  것이 아니라 고수하다가,  아니다 싶으니까 가차없이 던져 버린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탄생한 것은 그런 벼랑 끝 승부수에 의해 탄생한 것이긴 하지만 하드웨어 하나에 달랑, 하나 더를 얹히지 않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창조적인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이 것은 변화의 흐름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좀 바뀌었으면 하는 유저의 개혁 요구에 부응한 것이 아니라, 유저들의 허를 찌르는, 말 그대로  혁명을 꾀한 것이다.


 경제가 요동칠 때 큰 효자노릇을 하는 업종은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부가가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달러를 벌어들이는 머니 머신과 같은 장르이다. 반면 사회적으로는  사행성을 부추기고  청소년의 비행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따라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쪽저쪽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게임에 대한 규제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셧다운제가 확대될 전망이고 청소년 대상의 아이템 판매는 일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이용가 게임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론 규제책을 내놓아 억제하겠다는 게 정부측의 입장이다.


하드웨어 업체들이 하드웨어적 사고에 의해 몰락했다면 소프트웨어업체들은 그 태생적인, 지식기반의 사고력과는 달리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으로 끝내는 멍들었다. 엔터테인먼트산업도 위기다. 무대 위 스타와 아래 관객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고, 스크린은 안방에 자리 잡은 멀티극장에 밀리고 있다. 

 

 잘 나간다는 게임은 아예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예컨대 게임계가 게임스런 사고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닌텐도와 애플이 과거 수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고전한 반면 게임은  수요를 주체하지 못해 화를 불러들이고 있는 형상이다.


애플처럼 혁명적 사고의 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테면 콘텐츠에 대한 인식전환도 그 것이지만 사회에 대한 시각과  관심을 혁명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시각에 따라 자신들의 의식을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찰라적 사회 공헌이 아니라, 마지못해 이웃에 다가가기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이웃형제라는 혁명적 사고가 게임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차 없이 이전의 사고를 던져 버려야 하고 두려움 없이 사회에 더 다가가야 한다. 그 것이 창조적 리더십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빛을 발한다. 게임은 특히 그렇다 할 수 있다. 


2012년 새해에는 창조적 리더십으로 산업을 견인하는 게임계가 됐으면 한다. 스러져 가는 닌텐도와 과거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던 애플의 교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길을 반드시 찾아 당당히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게임계의  하나 더 얹히는 경쟁력은 다름 아닌 사회와 함께하는 길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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