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 해킹은 ‘바람의 나라’로 시작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비앤비’ 등 국민 게임으로 회자될 만한 숱한 작품들을 성공시킨 넥슨으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곧 일본 증시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해킹은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처음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업계 관계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냉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번 해킹 사건은 넥슨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업체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넥슨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한마디로 아무런 책임도, 문제도 없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넥슨의 보안시스템을 하나하나 따져야 할 게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해킹 사태가 ‘성장 지상 주의’를 표방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넥슨이 결국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자동차가 결국 충돌을 하고서야 멈추는 것처럼 매출확대와 기업인수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넥슨이 내부 관리시스템의 부실로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을 돌이켜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한다. 넥슨은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에 앞서 이미 많은 전조 현상들이 나타났지만 이를 무시했다. 넥슨은 지난 10월 4일 ‘마비노기’ 96시간 서버 점검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또 같은 달 19일에는 ‘마비노기’ ‘마비노기영웅전’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등 15개 게임에 대해 사상 초유의 서버 중단 사태를 겪는 등 서버관리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넥슨은 이같은 게임 서버 중단 사태에 대해 ‘사설 네트워크 서버의 스위치 불량(기기고장)으로 인해 일부 게임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한 ‘단순사고’라며 가볍게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주말 이벤트로 인한 서버 노후화’나 ‘해커 공격’ 등의 설이 분분했지만 단순사고로 일축하면서 한 달여 만에 대형사고를 야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도 넥슨은 자기반성 보다는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넥슨은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입장과 향후 방안을 발표했다. 서민 넥슨 대표는 이날 개인정보 유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해킹의 원인과 피해규모, 보상대책 등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을 이유로 들며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날 내놓은 대책들도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추상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데이터베이스 삭제와 같은 강도 높은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템 구매 등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면서 적당히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금융과 포털업계 못지않게 해커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는 온라인 게임 업체라면 보다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네이트 사태가 터진지 불과 약 4개월 만에 비슷한 유형의 공격에 당하고 만 것이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식으로 대처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넥슨은 내부에서 해킹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지난달 24일에도 ‘PC방 정기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넥슨은 누가 뭐래도 국내 제1위의 게임업체다. 더 이상 덩치 키우기를 하지 않아도, 무리한 마케팅에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의 위치에 있다. 이제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내실을 꾀하는 게  더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


 이번 사건을 겪고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성장지상주의를 버리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의 위기는 ‘하늘이 준 기회’일지도 모른다. 일본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넥슨에 심기일전의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굳이 게임계만의 기대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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