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최근 발표한 2011 회계년도 반기(4월∼9월) 결산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기간에 무려 573억엔(약 83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그야말로 ‘어닝 쇼크’다. 연간 순 손실액 200억을 막기 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닌텐도가 적자를 본다면, 이는 1981년 이후 무려 30년 만의 일이다. 닌텐도의 몰락은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다. 캐시카우인 Wii와 DS시리즈가 약속이라도 한듯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하드웨어(HW)의 부진은 소프트웨어(SW)까지 악영향을 미쳐 총체적 침체를 더욱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닌텐도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닌텐도 아성을 만든 폐쇄적 전략에서 비롯됐다. 스마트폰·태블릿 등  스마트 디바이스의 개방 물결이 콘솔 시장을 휩쓴 지 오래이고, 오픈마켓은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으나 닌텐도는 경쟁사인 소니나 MS에 비해 대처가 늦었고, 미온적이었다. 닌텐도의 보수적·폐쇄적인 협력사 정책에 오랫동안 불만을 품어왔던 SW업체들은 등을 돌렸다. 압도적인 ‘콘텐츠 파워’를 자랑하던 닌텐도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여론은 닌텐도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대단히 부정적이다. 오픈마켓을 기반으로한 ‘스마트 파워’를 딛고 닌텐도가 다시 일어서기엔 버거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수퍼마리오’와 같은 전통적인 닌텐도 캐릭터에 동경심을 갖고 있는 올드 게이머들은 몰라도 수 십만개의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다운받아 사용하는 유저들에겐 단지 ‘추억’일 뿐이다.

한가닥 희망이라면 닌텐도 특유의 뚝심과 저력이다. 닌텐도는 벼랑끝 위기 상황 마다 획기적인 HW와 SW로 화려하게 부활, 종종 ‘오뚝이’에 비유된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방대한 닌텐도 팬들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극소수 콘솔업체가 과점하던 예전과 무한경쟁시대인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뿌리부터 달라지지 않고서는 상승세로 반전하기는 커녕 추락 속도를 줄이는 일조차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극히 공급자 중심적인 마인드와 현지화를 역행하는 ‘닌텐도식’ 홍보 전략 만큼은 당장이라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