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안 연내 통과 쉽지 않을 듯… 자율심의 기구 발족 등 과제 수두룩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위상 재정립 문제가 업계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 법 규정대로라면 올해 말로 게임위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은 끝나게 된다. 게임위가 앞으로도 계속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게임법)이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로도 알 수 있듯이 이 개정안의 통과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민간자율심의도 물 건너가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입법 예고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개정안(게임법)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게임물등급위원회를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변경하고 민간자율심의기구를 만드는 것 등이다. 게임위는 관리위원회로 바뀌면서 사후관리를 중점적으로 맡게되고 민간자율기구는 12세와 15세 등급을 분류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성인용 오락물과 웹보드 게임과 같은 사행성 게임과는 별도로 일반 게임물의 사행성 행위를 규정하는 법적인 규제근거도 만들어진다.


현재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태로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보통 10월에 국회에서 예산심의가 이뤄지고 11월에 법안 심의를 실시한다”며 “이후 법사위를 통과하는데 통상 1달 정도 걸린다고 보면 12월 말 정기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한미 FTA가 바로미터


문화부는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의 일례로 봤을 때 게임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지난 2008년에도 민간자율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민생현안에 묻혀 3년간 계류됐다. 작년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문제까지 겹쳐 결국 통과를 하지 못했다. 


올해도 작년과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FTA의 국회 비준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이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얼마전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나와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재의 게임위의 역할과 기능에 별 차이가 없다”며 “자율심의에 대한 방향성도 모호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간 심의기구의 등급분류 결과에 대해 관리위 판단으로 직권 재분류할 수 있는 등 사실상 민간자율 심의 기구의 위상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게임위가 가지고 있는 후천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09년 예산심의 당시 2년을 유예하면서 더 이상의 예산지원은 없는 것으로 총의가 모아진바 있다”며 “문화부가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게임위 조직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은 예산을 그대로 지원해달라는 얘기로 국회 논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게임위는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전심의에 해당하는 위헌적 요소를 품고 있는 행정기관”이라며 “폐쇄적 행정기관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 기관지위 유지 필요 '공감'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게임위는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내년도 사업을 추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올해의 정부 지원금은 4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나 줄어들었지만 수수료는 동결돼 게임위는 사행성이나 확률형 연구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의 90%는 사후관리, 10%는 등급 심의 명목으로 쓰이고 있다”며 “국고지원을 못할 경우 사후관리가 안돼 사회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임위 한 관계자는 “예비비가 있긴 하지만 예산 집행 수행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민스럽다"면서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특단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부에서는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국회도 극단으로 치닫는 데 대해서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또 다른 게임법 개정안이 개류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국고지원 시한을 2014년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게임위에 대한 국고 지원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협회는 여전히 등뢰로 밀려


법이 통과될 경우 민간자율심의기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일본은 각 유통사에게 자율적으로 맡겨오던 등급심의를 지난 2002년 6월 설립된 공식기구인 CERO가 전담하고 있으며 규제보다는 정보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4년부터 민간단체 ESRP가 모든 게임물에 대한 등급심의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협회에서는 셧다운제 등 현안에 밀려 민간자율심의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등급심의 업무를 맡게 될 경우 시민단체와의 마찰이 예상되는 등 부담도 적지 않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율심의기구는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협회 수입은 심의수수료에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이 통과됐을 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독립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 통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후 관리감독에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온라인 PC게임을 맡고 아케이드게임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 이원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발전적 해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산업진흥법의 개정이 되든 안 되든 업계는 남겨진 여러 가지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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