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국내 수용환경 뻔히 알면서 경매장 등 사행시스템 채택 언급


여론 부정적으로 흐르자 이번엔 작품에 대한 개념 설명이었다며 발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난 달 신작 ‘디아블로3’를 공식 발표한 이후 국내에서 노이즈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마크 모하임 블라자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디아블로3’에 경매장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아블로3’의 경매장은 유저가 실제 화폐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판매로 얻은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있다. 이에대해 게임업계는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노이즈를 통한 홍보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에 아이템 현금거래 시스템인 ‘경매장’의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게임업계는 뜨거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디아블로3’ 발표 직후 국내 게임업계는 경매장시스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사행성 여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블리자드가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 심의 전부터 여론을 조성하며 밀어붙이기식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디아블로3’의 현금거래 시스템 논란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모하임 대표가 직접 언급


 블리자드는 경매장 시스템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마크 모하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디아블로3의 경매장 기능이 한국 게임산업진흥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포함된다고 들었다”며 “디아블로2에서 아이템 거래가 그동안 외부 사이트를 통해 이뤄져 불법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게임 내부로 가져오면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기능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이러한 기능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블리자드가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직후 국내 게임업계는 소용돌이 쳤다. 아이템 현금거래는 그동안 ‘리니지1’ 이후 사행성 여부를 비롯해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 논란이 된바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경매장 시스템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라는 새로운 사업 분야가 확장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템 현금거래 현실화는 게임위의 심의 통과가 관건이 된다. ‘디아블로3’의 경매장이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한 언론은 게임위가 ‘디아블로3’에 대한 등급 거부를 내부 방침으로 정했다는 보도를 냈다. 이에 게임위는 즉각 반박하고 사실과 관련 없음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 관계자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게임에 대해 방침을 미리 정해놓는 건 말이 안된다”며 “게임위 내부에서도 ‘디아블로3’ 경매장의 화제성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곤하지만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는 게임위 내부에서도 사행성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린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아이템 현금거래 논란이 블리자드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디아블로3’가 화제작이긴 하나 최근 경매장과 관련, 필요 이상으로 이슈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황제온라인’이 아이템 거래를 전면에 내세워 이슈를 부각, 노이즈마케팅의 선례를 만든 바 있어 이같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게임위의 방침과 관련한 언론보도 역시 블리자드 측에서 정보를 흘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디아블로3’ 발표에서 경매장을 언급한 건 시스템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 였다”라며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의도는 전혀없다”고 밝혔다. 또 게임위 방침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 공식발표 이후 관심 저조


 그동안 ‘디아블로2’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많은 국내 유저들과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작품에 대한 많은 기대와 호기심을 보여왔다. 지난 2000년 ‘디아블로2’가 출시된 당시 국내 게임업계를 사실상 석권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디아블로3’는 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관련 정보와 게임에 대한 실체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지난달 공식 발표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디아블로3’를 접한 많은 유저들과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보여준 관심에 비해 다소 차분한 반응이다. 이번 작품이 시리즈의 전작보다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 같은 블리자드의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는 것.

 

많은 유저들은 이번 작품의 전작들의 특징이자 장점인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잘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캐릭터 디자인이나 세계관 등은 오히려 WOW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 유저는 인터넷 블로그에 “기존 디아블로의 느낌이라기 보단 WOW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역시 블리자드는 캐릭터를 예쁘게 만들지 않는구나하는 생각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매장 시스템에 대해 반감을 보이는 유저들도 있다. 블리자드가 자사 게임과 시스템에 대한 독점 의식이 점점 확고해 진다는 것. 실제로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경매장 시스템에 대해서도 아이템 거래로 불거질 수 있는 콘텐츠 소유권 부분에 대해 ‘서버 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은 블리자드에게 있다’며 유저는 사용권과 거래권을 가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유저는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플레이 기록을 비롯한 모든 데이터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간단한 싱글플레이를 즐길 때에도 베틀넷에 들어가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경매장 역시 아이템 거래까지 모두 독차지하겠다는 블리자드의 의도가 거슬린다”는 의견을 보였다.

 

# ‘디아3’ 과거와 다를 것 예상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디아블로3’가 기존에 비해 다소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업계는 ‘스타크래프트2’ 출시 소식에 자사 게임의 서비스 일정을 조정하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디아블로3’의 경우 기존에 비해 다소 달라진 반응이다.

 

‘스타2’가 예상보다 저조한 국내 유저들의 반응을 얻은 데다 ‘디아블로3’ 역시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저조한 ‘WOW'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들며 파급력은 예전보다 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시기적으로나 유저들의 반응으로나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과 같은 국내 대작이 오히려 더 위협적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블리자드 공포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출시된 게임들의 결과로 인해 예전보다 덜한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전작의 명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는 있다”고 말했다.


 ‘디아블로3’의 향방은 해외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오웨어의 MMORPG 대작 ‘스타워즈: 구공화국’과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는 최근 정식 서비스 일정을 공개하고 크리스마스 연휴 시작 직전인 오는 12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스타워즈’는 특히 북미권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즐기는 이른바 ‘대대손손 콘텐츠’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팬덤을 거느려 ‘디아블로3’와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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