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개발자들은 빠져나가고 … 공채 모집해도 구직자들은 외면하기 ‘일쑤’

 

중소업체들이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개발자들을 채용하지 못해 아우성치고 있다. 왜곡된 게임업계의 인력구조 탓에 애써 기른 경력자들도 쓸 만하면 메이저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하반기 공개 채용이 한창이다. 엔씨소프트·넥슨 등 메이저 업체들이 중심으로 대규모 공채가 전개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은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인력시장에서의 부익부빈익빈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가을 취업시즌을 맞아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9월 들어 엔씨소프트·넥슨·드래곤플라이·스마일게이트·JCE 등 주요 업체들은 각각 100여명의 대규모 공채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공채를 실시하는 업체들은 구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고용시장에서의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이른바 ‘인력 쏠림 현상’이 일어나 중소업체들은 고용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업체들 중 상당수는 기존 인력들의 이탈현상 등으로 최근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 샌드위치 된 中企


 최근 한 중소개발업체에서는 최근 신규 게임 제작 등 사업 확장을 앞두고 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입, 경력직 공채에 들어갔다. 이 업체는 인력 확보를 통해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어 공채를 통해 경력과 신입을 골고루 등용하고 이를 통한 인재풀 강화로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상 공채에 입사 원서를 제출한 구직자 수는 업체 관계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경력직의 경우 당초 채용하려던 인원수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으며 신입직 역시 생각보다 저조한 접수율을 기록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편임에도 임금체불과 같은 중소 게임업체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이같은 현상은 다른 중소업체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온라인게임이 처음 붐이 일었던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이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해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술집약적인 측면이 강한 게임업계의 특성상 특히 개발 분야에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양질의 인력 확보의 어려움은 자주 제기됐던 문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같은 문제가 양극화로 전환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자금력과 규모면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한 메이저 업체들에는 많은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중소업체는 인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넥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 진행된 엔씨소프트·네오위즈·CJ E&M 넷마블  등의 공채에서는 구직자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뤘으며 메이저·중견업체를 중심으로 최근 진행 중인 하반기 공채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부익부빈익빈’ 악순환 가중


 이같은 현상은 최근 업계에서 심화되고 있는 매출규모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노동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업체들의 규모의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합병의 여파로 다수의 산하 스튜디오를 거느리게 된 메이저 업체들은 이에 따른 개발력 확보를 위한 인재 등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최근 중소업체들은 쏠림현상에 따른 사업성 악화의 여파로 근무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으며 임금체불 등의 어려움을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근무환경과 처우는 물론 회사 인지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메이저업체들로 편중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경력직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게임업계 역시 실무경험이나 노하우를 확보한 경력 3년 이상의 개발자들은 업계에서 선호하는 인력군에 포함된다. 중소업체에서는 신입으로 입사해 업무경험을 쌓으며 한창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경력 3년 안팎의 시기의 인력들을 메이저업체에 넘겨주는 현상이 흔히 발생한다. 특히 작품 개발이 한창인 중소업체 핵심 개발자들이 이직하면서 개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 인력풀 부재가 원인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인력 편중 현상은 게임업계가 인프라와 인력풀을 크게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직면하게 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임충재 계명대 게임모바일콘텐츠학과 교수는 “시장 규모가 작아 인프라와 인력풀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업체들의 덩치는 커지면서 직면하게 된 문제”라며 “특히 상위 업체들이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경향도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인력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무적인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위주로 채용하려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취업자들은 학교 졸업 후 3년 가량이 지나야 업무에 대한 자기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자기 역량을 확보한 3년 이상의 경력자를 선호하게 돼 신입사원의 경우 취업난을, 업체에서는 경력직의 인력난을 겪게 되는 2중고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개발인력들의 열악한 환경이나 임금체불과 같은 현상도 맞물리면서 이직률도 높아지자 업체들은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안 하고 인력의 역량만 활용하려는 현상이 발생, 이직률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게임업계의 인력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 대학에서의 실무중심적 인력 양성 체제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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