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단숨에 되는 것도 있지만, 상당한 세월을 인내해야만 되는 일도 있는데, 너도 나도 모두 마음이 급하니 황소걸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계는 지금 상당히 혼란스럽고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몇 가지 의미 있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혼돈의 시기는 맞는 것 같다.


한국만 해도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앞서 언급한 소란스러움을 통한 존재구현의 희생양이 되어 미처 그 진실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없이 부정적으로 일반화되어 가고 있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럽에서도 게임과 청소년의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어 왔지만, 사회 구성원 간에 분명한 신뢰가 있기에, 서로 합의된 큰 틀의 기준을 지키면 누구든 철저히 존중해 준다.

 

따라서 너무 과도하게 규제를 받는다던가, 세세하게 통제를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점이 부럽다.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적절한 대안 없이 결과적으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지금 우리의 단기적 처방과는 그 양상이 다른 것 같다.


멀리에서 보면 하나의 사이클로 보이는 경기 곡선도 가까이서 보면 무수히 작은 상승하강곡선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지금은 내리막인 것처럼 느껴지고 추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실제로는 올라가고 있었던 것을, 미리 겁 집어먹고 뛰어 내린 이들에게는 나중에 인고에 따른 큰 수혜는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은 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도 하지만, 현재 내가 하는 일이 지금 안 하면 너무도 후회될 듯 해 어차피 누구라도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최근 소문을 듣고 찾아온 국내 대기업에 e스포츠 마케팅 관련 해외 진출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느꼈지만, 우리에겐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이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보람을 느낀다. 각국 정부의 승인 단체로 이루어진 우리 조직이 갖고 있는 역량이 생각보다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힘이 난다.


연맹이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연맹 스스로 자신이 있어야 각국 협회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성공의 싹을 심을 텐데 요즈음 국내 상황을 물어 보는 회원국 질문엔 난감할 때가 많다. 지금껏 그들에게 ‘한국처럼 e스포츠 토양을 만들라’, ‘한국처럼 e스포츠 구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역설해 왔기에 우리는 반드시 성공의 역사를 써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보내지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꿈과 우리에게 체화된 역량을 잊지는 말자.


모든 것이 이 분야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고, 뜻과 실력 있는 사람이 부족하여 생긴 일이라 생각되어 올해 말부터는 산학 합동으로 대학과 협력하여 e스포츠인력을 양성해 볼 계획이다.

 

시작은 작게 하지만 꿈은 야무지기 때문에 이곳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교육이수 인력 중 우수 인력을 선발하여 실제 e스포츠 관련단체에 고용을 독려하여 현업에 투입해 볼 생각이다. 구체적 효과를 얻을 때까지 상당한 세월이 걸리겠지만, 지금 씨를 뿌려 놓고 싶다. 교육과 고용의 선순환이 이 e스포츠계에도 자리를 잡아야 더 유능한 젊은이들이 꿈을 안고 이 분야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10년이 걸렸다 한다. 그들만의 세계를 우리들의 세계로 끌어들이기가 말처럼 녹녹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 우리가 세계 표준이 되고 기준이 되어 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지금,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이 길을 한번 개척하여 봄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란 생각이 든다.


주위를 둘러보고 조용히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동료들에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할 때다. 당장의 정치나 경제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을 그들이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비전에 공감하고 그들과 감성을 교감하는 조용한 배려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wsoh@ie-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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