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 고착과 작품 론칭 '바늘구멍' … 계약조건도 마구 휘둘려 개발비 조차 못건져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개발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괜찮은 중소업체들은 대형 퍼블리셔들의 M&A로 흡수되는가 하면 왠만한 대작이 아니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일쑤로 서비스의 기회 마저 잡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벌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서비스에 나서거나 중소 퍼블리셔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산업의 허리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중소업체들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에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점입가경의 모양새를 띄고 있다. 잘되고 있는 업체는 더 잘되고 안되는 업체는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업체뿐만 아니라 작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스테디셀러 타이틀을 보유한 업체들은 승자 독식 체제를 굳히고 있는 반면 신작의 경우 대작으로 화제성을 보유한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가중되다보니 퍼블리셔들은 이른바 ‘될 만한’ 작품을 중심으로 론칭, 중소개발업체들은 작품을 완성해도 내다팔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 대작 아니면 눈길조차 않줘


 A 개발사는 지난 2009년 말부터 MMORPG 신작 개발에 들어가 약 1년 8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최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자금 상황이 넉넉지 못했던 이 업체는 기획 당시서부터 어렵사리 투자처를 모색하고 제작비를 투여해 작품 완성을 가시화시켰다.

 

그런데 막상 퍼블리셔와의 접촉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다. 대작게임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화제성이 부족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 퍼블리셔 관계자는 작품성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인정했지만 퍼블리싱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수익배분을 조정하고 해외판권도 상당부분 넘겨줄 경우 퍼블리싱을 고려해 보겠다는 말을 전했다. A업체 대표는 퍼블리셔가 제시한 조건을 보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수익배분과 해외판권 제시 비율이 워낙 적은 탓에 개발비나 직원들의 임건비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상당수 중소개발업체가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A 업체처럼 작품을 완성해도 내다팔 시장이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기대작 또는 화제작이 아니면 유저들의 관심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백억원 단위의 제작비가 투여된 블록버스터급 게임이 신작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10~20억 단위의 작품들은 유저는 물론 퍼블리셔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퍼블리셔들이 개발사에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많다. 중소게임들을 론칭하는 조건으로 수익분배와 해외판권에서 일방적인 요구를 내세우기도 한다.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수익배분을 할 때 과거에는 5대5나 6대 4 정도의 배분율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퍼블리셔의 수익 배분율을 높게 설정해 심한 경우 7대 3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개발사의 수익을 보장해주던 해외판권의 경우도 퍼블리셔가 더 많은 배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높은 진입 장벽에 몸부림


 이들 중소개발사들이 선보이는 작품 중 상당수는 퍼블리셔들이 높은 관심을 보일만큼 상당한 작품성을 확보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대작, 기대작 위주로 재편돼 이들 작품이 퍼블리셔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상황이다.


또 최근까지 대형 퍼블리셔들의 중소개발사 M&A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중소업체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한 식구가 되는 수직계열화로 다른 중소 개발사가 끼어 들어갈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자기 회사 작품을 먼저 배려하다 보면 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중소개발사들은 더욱 높은 진입장벽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중소개발사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작품성만 좋다면 퍼블리셔들이 먼저 접촉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작품을 들고 퍼블리셔를 상대로 홍보해도 사실상 론칭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작들만 살아남는 시장 체제 속에서는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시장에서 통할만한 대작 또는 화제작을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고 제작비 회수 또는 이익을 보기 위해 퍼블리셔들와 중소개발사 모두 입지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업체들이며 작품을 시장에 선보이기도 힘든 상황으로 이어져 생존 가능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다.

 

# 신규 퍼블리셔에 한가닥 희망


 이런 시장 상황에서 일부 중소개발사의 경우 독자적으로 퍼블리싱에 나서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 가운데 대부분은 마케팅, 퍼블리싱 노하우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일부 업체는 존폐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개발사 작품을 주로 퍼블리싱하겠다고 나선 지아이게임즈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고 했지만 권영식 지아이게임즈 대표가 최근 CJ E&M 넷마블 상무로 복귀하면서 조직이 흡수돼 빛을 바랬다.


 하지만 몇몇 퍼블리셔들이 중소개발사 작품을 서비스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가닥 희망을 걸게 하고 있다.


 최근 쿤룬코리아 등 중국계 업체들은 국산 게임 퍼블리싱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관련기사:370호 2~3면) 이들 업체는 자국 게임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던 기존 전략에서 탈피해 중소개발사를 중심으로 한 국산게임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지아이게임즈에 이어 아홉시삼분인터렉티브도 향후 중소업체 게임을 중심으로 퍼블리싱 사업에 나섰다. 게임업계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실무자들이 창업한 이 업체는 디엔씨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캐주얼 MMORPG ‘젠에픽’을 올해 안에 론칭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중소개발사 게임을 중심으로 퍼블리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포털들의 게임퍼블리싱 사업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퍼블리싱 사업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지난 12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게임 퍼블리싱 사업 진출을 위해 중형 개발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동안 게임 채널링 사업을 전개해 지난 2분기 약 15억의 매출을 올린바 있다. 특히 종전에도 게임사업을 해온 경험이 있어 중소개발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소개발사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시장에서의 퍼블리싱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중소개발사들의 숨통을 터 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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