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의 움직임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분화하고 생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시계가 멈춘 듯 모든 게 정지돼 버린 그런 모습이 게임계라 할 정도다. 내수시장이 이미 정점에 도달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만을 가지고 변명하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내수 정체는 그럴 듯 해 보인다. 빼어난 작품도 안보이고  신규 수요를 견인할 파격적이고도 충격적인 부양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탓도 있다. 배가 부르다 보니 슬그머니 허리띠를 풀어버린 일부의 나태함도 작용했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현상이 게임계의 내적인 요인보다  게임계에 대한 사회적 기류와 이에 편승한 정부의 잇단 규제책과 결코 무관하지 않는 것이라면 좀 더 다면적이고도 심층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속성상 시대의 흐름과 동일선 상에 놓여 있다. 이를테면 대중이 동시에 즐기던 시절엔 영화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아 왔고, 대중의 시대가 가고 분화된 핵 가족 시대를 맞이하면서 TV가 제왕의 문을 열었다. TV시대도 얼마가지 못하고 그  패권을  PC와 휴대폰에 넘겨주고 된다. 그 때마다 터져 나온 게 부작용에 의한 사회적 역기능의 문제였다.


 그렇지만 그런 역기능에 대한 사회의 치유법은 늘 실패했다. 정부 정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열이라는 칼을 갈면 갈수록 역기능 치유책에 따른 반발만 불러왔을 뿐이다.


  반면 여과장치를 시스템에 의하지 않고 여론에 맡겨놓거나 시장에 맡겨놓았을 때는 결과가 달랐다. 미국의 포르노 영화 규제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려는 하지 않지만 제작 자체를 봉쇄하지 않으며 상영할 수 없도록 규제는 하지 않는 대신 그렇다고 제작자 마음대로 영화를 걸 수 있도록 하지도 않았다. 예컨대 상영할 수 있는 극장과 광고를 철저히 제한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포르노 영화산업은 지금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음반도 예외는 아니다. 반국가, 반체제의 가사 내용을 담고 있어도 음반 제작엔 어려움이 없다. 팬들에 의해 걸러지면 그만이란 것이다. 그래서 팬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된다. 부작용과 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문제는 건강한 사회 분위기와 그 체제로 잡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회 또는 체제에서  제단하려 들 때마다 산업은 출렁거렸다. 한 때 영화· 비디오 산업이 검열이라는 이름아래 허덕였고  공연·음반산업도 휘청거렸다. 70∼80년초에는 시대에 걸맞지 않게 TV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의 문화정책은 오락가락했으나 민간차원의 인력 자원 인프라는 그나마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뒤늦게 이들 산업은 수요를 되찾긴 했지만 1년 걸릴 일을 무려 10년이란 세월을 보낸 후에 되찾았고, 그럼으로 인해 문화산업의 입국 시기 또한 한참 뒤로 미뤄지게 됐다.


 게임 수요의 정곡점은 게임계의 내적 요인보다는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찍혔다고 본다.  밀레니엄 시대의 대표 콘텐츠는 다름아닌 게임이다. 30∼40대와 달리 10대와 20대에 있어 게임은 생활이나 같다. 따라서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한 우려는 어찌보면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푸는 방식과 과정이다. 그런데 이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마녀 사냥식으로 여론 몰이를 하게 되면 베겨낼 방법이 없다.


  정부의 게임정책도 예외일 수 없다. 정책우선순위가 어떤 것인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정부의 잇단 게임 정책에는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시피 하다.

 

안팎으로 조여 되는 말 그대로 ‘고삐 정책’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콘텐츠진흥원 등  관련 단체는 아주 낯선 방식으로 게임계를 대면하고 있다. 업체들이 도움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임계에 멀쭉하게 몇 개의 큰 나무만  꽂혀있는 듯한 모습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신명날 일이 거의 없다. 내일을 위한 투자도, 살기위한 재원 마련도, 비상구를 빠져 나가기 위한 전략적 제휴 방안도  부질없는 짓이 됐다. 산업계의 정지된 듯한 모습은 정곡점에 도달한 내수 부진으로 인해 진이 빠졌다기 보다는 안팎의 시달림으로 의욕을 상실한 자포자기 심정 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닐까.


 문제는 이로 인한 후유증이다. 온라인 게임은 대한민국 게임인이 지켜 왔다는 자부심을 가져 온 장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시장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이러다가 킬러 콘텐츠인 게임 장르의 제왕 자리를 중국에 내줘야 할 판이다.


  게임계는 지금 공황 상태는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사회단체들이 나서 마냥사냥식 여론몰이를 하는 사이 게임계가 가슴에 박힌 주홍글씨를 끌어안은 채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멈춰진 게임계, 그냥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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