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이 학재 사장이 최근 전격 사임했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정기 이사회를 앞두고 있긴 했으나 특별한 하자가 없어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그다. 그런 그가 사표를 내 던졌다. 내부에 사단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이 사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가족과 함께 쉬고 싶다는 것인데,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사실은 하이원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온 이 학재 사장이 전격 퇴진함으로써 또다시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게임계의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문화 행정의 테크노클라트로써 뛰어난 경험과 식견을 가진 그가 때 아니게 강원도 태백으로 들어가 2년여를 버티지 못한 채 끝내 낙마했다는 점이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강원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가 모기업이다. 카지노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용 촉진을 도모한다는 강원랜드의 설립 취지와 비슷하다. 또 강원랜드에서 벌어들인 블랙머니를 떠오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입, 마치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식으로 의미있는 곳에 블랙 머니를 쓰겠다는 일석이조의 깊은 뜻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회사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우종식 전 게임산업진흥원장을 불과 보름여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나게 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측은 과거 이력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력이란 게 다름 아닌 우 원장도 잘 알지 못하는 ‘노사모’ 회원이었다는 것이다.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우 전 원장은 받아 들였다. 훗날 우 전 원장은 “게임계의 큰 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 들어오는데 자신이 버티면 산업계 자금 줄이 더디거나 막힐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며 자진 사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이후 사장 공모를 통해 선임한다며 또다시 작업에 나섰으나 한달여 만에 공모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과는 달랐다. 공모를 통해 사장 후보가 결정됐으나 모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게임계에서는 청와대가 아닌가 하고 들여다 봤지만 사실과 달랐다. 이 즈음에서 강원랜드측과 태백시측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때부터 하이원엔터테인먼트측에서 CEO의 출신지를 살펴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설들은 확인되지 않았고 CEO 선임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뒤늦게 발탁된 인물이 이 학재 전 사장이다. 그의 초임과장 시절부터 지켜봐 왔지만 그 만큼 매듭을 확실히 짓는 사람은 드물었다. 말 그대로 용장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런 이 사장이 현지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 것은 그가 부임한 이후 얼마 안 된 때부터 였다.

 

얼마후 비로소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좋은 게임에 대해선 소싱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게임계에 특별한 이슈를 제공하지 못했고 규모에 걸맞지 않게 변방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러자 모기업과의 관계가 소원한 게 아니냐는 설과 함께 강원랜드측과 태백시측에서 끄떡하면 콩놔라 팥놔라 식으로 회사 경영에 간섭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 나왔다.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순 없지만 용장인 그가 앞뒤 전후를 가리지 못한 채 전선에서 전전긍긍했다는 것만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굳이 용퇴한 사람들을 이렇게 지면에 끌어 들이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이 과연 누구냐는 점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낙후된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회사 설립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보여준 일련의 기업행보는 아쉬움이 크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부실해 지면 그 짐은 결국 강원랜드와 태백 시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게임계에 돌아가고 만다. 게임사업의 특장점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생선의 그 것처럼 선도에 의해 판가름 난다. 다시 말해 신선할 때 사고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의사 결정이 늦으면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 더욱이 지역주의에 의해 회사가 흔들리고 소통이 더디게 이루어진다면 뭔가 아이템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라면 차라리 강원랜드측에서 회사를 설립할 게 아니라 태백시와 함께 게임 펀드를 조성해서 그 이익을 실현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굳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까지 양화를 구축하려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또 강원랜드와 태백시에서 산파역을 맡긴 했지만 그 또한 게임계의 자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튼실히 키워야 할 의무 또한 게임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와 태백시측이 오로지 자신들의 것이라며 기업 경영을 맘대로 해 나간다면 그 것은 철저한 지역주의이자 배타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중국 후한말 양자강 중류지역 형주는 옥토로 불렸다. 이곳은 유표라는 인물이 다스렸는데 형주를 기반으로 더 키울 생각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영토 지키기에만 몸부림 쳤다. 마침내 조조와 원소의 싸움이 시작됐고 유표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양쪽에서 경쟁하듯 지원을 해 주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형주 지키기에만 매달린 채 양쪽을 모두 저버렸다. 고립을 자초한 것이다. 승리를 쟁취한 조조는 이후 형주를 가볍게 손아귀에 집어 넣었다. 고립된 자에겐 힘이 없다는 걸 조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어느 길로 갈 것인가.

 

[더게임스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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