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셧다운제 시행 방침에 따른 게임계의 큰 변화는 두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먼저 ‘바다 이야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산업계 나름의 대응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그 기조 또한 이번 기회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동안의 소극적인 대응 방식에서 탈피, 산업계의  보다 명확한 입장과 방침을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셧다운제 추진 과정에서 산업계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현안 처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속 마음은 게임계가 언제까지 동네 북 인양 하루 지나기가 무섭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하느냐는 회의론과 자책이 깔려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게임계의 무관심과 이기적 사고 등이 얽키고 설킨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 해도 이처럼 자기 자신들의 목에 방울을 달려는 시도에 대해 몸부림치지 않고 응한 사례와 역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데스크 시절, 출입처도 아닌 대한 변호사 협회에서 한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 내용인즉 정정 보도문을 게재해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정정 보도를 요청한 고침 기사의 대상이 기가 막혔다. 그 것은 기사 내용이 잘못된 게 아니라 변호사 호칭에 대한 오기 문제였다.

 

변협측은 미국에서 라이선스를 딴 변호사에 대해서는 미국 변호사라고 칭해야 하는데 일반명사인 변호사라고 해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드러난 현상만을 보고 판단할 때에는 그게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문제 삼는가 하고 괘씸해 했지만, 변협측 얘기를 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호칭을 받아들이게 되면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종국에 가서는 자신들 보다 일반 민원인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게 변협측의  설명이었다.


지난달 전북의 한 논밭에서 1백여억원의 현금 돈다발이 쏟아져 나오자 난리통을 빚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 돈다발의 출처는 인터넷 도박을 통해 얻어진 것이었고 그 돈 주인은 이같은 검은 거래를 통해 얻어진 돈을 세척하기 위해 매형에게 돈을 맡겨 땅에 묻어 둔 것이었다.


신문과 방송은 일제히 불법 인터넷 게임을 통해 검은 돈을 쓸어 담아 숨겨 온 것이라며 이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게임 실태와 이로 인해 파산한 30대 유망 직업인의 인생 나락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빚어졌다.


화면을 보여 주는데 PC방이 아니라 오락장이었고 인터넷 게임도 아닌, 말 그대로 스포츠 토토와 같은 불법 도박판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나레이터의 멘트는 오락실과 PC방을 잘 알지 못하는 듯 혼용해 사용했고, 인생 나락 주인공이란 사람은 우리가 게임으로 칭하는 온라인 게임으로 패가 망신한 게 아니라 ‘바다 이야기’와 같은 유사 도박기기에 미쳐 재산을 탕진한 것이었다.

 

한쪽에선 아주 미미한 실수임에도 강력한 서한을 전달, 바로 잡으려 한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선 입이 있어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사례다.


특히 최근들어 게임은 뉴스 시간대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가 됐다. 그런데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것이 주를 이룬다. 또 시청해 보면 게임계의 핵심인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오락실의 실태 보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필칭 이같은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거나 방관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게임계의 자위권 차원에서 심도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그대로 놔뒀다간 게임은 더 이상의 게임이 될 수 없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 이렇게 되면 게임의 엔터테인먼트 군의 진입도 현실적으로 더 더뎌지거나 지연될 개연성이 높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식산업의 양날개 가운데 한축을 담당하는 콘텐츠산업, 그 중에서도  핵심 코어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게임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 더 나아가 지식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소담스런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론은 이렇다. 게임계를 위해서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산업, 대한민국 미래 지식산업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언론의 잘못된 표기나 표현을 바로 잡는 일이며 입을 다물고 있을 게 아니라 의견을 밝히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사회 현상과 사건에 대한 논평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


태생적으로 소극적인 게임계란 말은 이제부터 지워버려야 한다. 게임계가 지금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셧다운제 시행 이후를 상정해 놓고 보면  끔찍하다. 예컨대 더 큰  올무로 게임계를 압박해 온다면 어찌하겠는가.


자위권 행사는 산업을 보호하고 외연을 넓히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오죽했으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필요하다면 게임계도 싸워야 한다고 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게임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고 본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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