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폭염에 이은 장맛비가 전국을 몰아치고 있는데, 중견 게임업계엔 ‘칼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중견기업들이 신작 흥행 실패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인한 후유증을 견디다 못해 감원과 조직 축소로 분위기가 싸늘하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도 유망한 개발사들을 모조리 인수합병(M&A)하며 세(勢)를 늘리고 있는 메이저 기업들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중견기업들은 불과 2∼3년전까지만해도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하며 ‘메이저 진입’이란 목표를 내걸었지만,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그 기세를 찾아보기 힘들다.


메이저업체들은 ‘덩치’를 키우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데, 중견기업들은 재도약의 기로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몰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본, 인력, 기술, 유통채널 등 모든 리소스 면에서 메이저기업군에 비해 한 수 아래인 중견기업들의 태생적 한계 탓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강력한 신진 콘텐츠의 출현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제한된 시장과 몇몇 ‘스테디셀러’가 시장을 장악한 현실속에서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게임 산업의 척추 역할을 해온 중견기업군의 붕괴는 산업구조를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악재이다. 허리가 무너짐에 따라 산업 구조는 빠르게 ‘장구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다간 재벌 처럼 몇몇 메이저 게임업체만 남고 모든 게임 개발사들이 스튜디오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견기업군의 총체적 위기는 산업 트렌드상 ‘불가항력’이라고 방관하기엔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크다. 중견기업군은 불특정 다수의 중소 개발사들의 숨통을 터주는, 산업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이저 기업과는 현실적으로 파트너십이 어려운 영세 개발사나 스튜디오들의 ‘젖줄’과 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이 산업계의 핫이슈이지만, 연결고리인 중견기업군이 붕괴된다면 상생은 요원한 일이다.

 

무엇보다 산업의 허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중견기업군의 몰락을 방치해선 게임산업의 미래가 어둡다. 시장 스스로 어찌할 수 없다면, 정부와 관계 기관이 중견기업 부양에 적극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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