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지진 대참사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상황이고, 살아있고 꿈꿀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축복이란 것을. 현재의 처지를 비관할 필요가 무엇이며, 노력해볼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 아닌가.


지금 내가 연맹 사무총장으로 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따져보면 여러 가지로 많은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으면서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지금 천재지변을 겪고 있는 일본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정말 e스포츠에 대한 기반이 전혀 없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온갖 쓸데없는 불안, 걱정, 후회들을 말끔히 씻어 버리자.

 

지금은 자신의 기본기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스포츠와 관련해서 지금 주변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혹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10년 전 나와 머리를 맞대고 행복한 고민을 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없다. 나와 e스포츠의 인연을 생각하면 90년대 말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땐 시큰둥 했었다.

 

사실 나는 오프라인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 컴퓨터 게임 자체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것보다 그때는 단순히 ‘세계에서 최초로 국제게임대회를 조직하고 IOC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비전에 매료 되었다.


초기 개척자로서 느낄 수 있는 사명감과 긍지도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시작은 모두 좋았다. 그렇지만 세계 최초이고 독특했으나 그간의 10년 동안 수익력 창출과 인력양성이라는 한계에 봉착하여 지금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생각된다.

 

제아무리 아이디어가 좋고 독특했더라도 장기적으로 수익력(profitability) 과 좋은 인력(best people)이 확보가 안 된다면 그 존속성(sustainability)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그 당시에는 간과했었다.


따라서 지금 e스포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현재 연맹에 부여된 이 두 가지 숙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우선, e스포츠가 기존의 스포츠와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스포츠 기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른 스포츠 협/단체에 비하여 보다 철저한 사업가 정신으로 무장되어야 하고, 군림하는 자세가 아닌 봉사하는 자세로, ROI(투자회수)가 나오도록 모든 것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적인 면을 부르짖는 주장도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고 나를 필요로 할 때의 일이지, 기업이나 소비자의 요청(needs)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무 맹랑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를 위해 완전한 기업화는 안 된다 하더라도 후원 기업의 ROI 혹은 소비자의 욕구(needs)를 충족 시켜 줄 수 있는 기업친화적 구조의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그 어떤 방향으로의 변화라 하더라도 이제는 게임개발사나, 유통사, 방송사, 후원사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의 구조가 바뀌고 다소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이제 변화는 필수다.
다음으로 고민해 볼 것이 인력양성의 문제인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반드시 답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영어로 ‘garbage in, garbage out’이라 했던가, 우수한(best) 인력이, 우수한(best) 사고로, 우수한(best)한 product를 만들어 내야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존속(sustain)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력을 폄하는 발언이 아니고, 좀더 e스포츠분야에 집중하여 종사하고 연구하고 공부한 전문인력이 이 산업을 장기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도록 길을 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는다면 반드시 답은 있다고 믿는다. 혼자서는 물론 힘이 부치겠지만, ‘한국주도의 e스포츠의 세계화’에 뜻이 있는 사심 없는 협·단체 및 기업들이 의기투합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머리로는 끄덕여지는데 행동이 안 되니 답답한 형국이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wsoh@ie-sf.org]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