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지배구조 속 무리한 투자 禍 불러

 

몇몇 대형 업체에 쏠린 인력 偏重현상 한몫…후발기업들 他山之石 삼아야

 

게임산업의 미드필드진에 해당하는 중견기업군의 총체적 부진은 이제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임 산업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은 악재 중의 악재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러한 중견기업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이른바 ‘N사들’로 불리우는 몇몇 메이저 게임퍼블리셔들의 지배력 강화이다. 강력한 자본력과 맨파워를 바탕으로 몇몇 메이저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무한대로 키우고 있다. 날로 사세를 확장하며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냈다.


한게임(NHN), 넥슨닷컴(넥슨), 피망(네오위즈게임즈), 플레이엔씨(엔씨소프트), 넷마블(CJ E&M)과 같은 대형 게임포털을 근간으로 유저풀을 독식하고 있는 몇몇 메이저들은 유망 개발사를 인수해 검증된 우량 콘텐츠를 추가로 확보, 선순환을 일으키는 그들만의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내며 아성을 쌓고 있다.


네오플, 게임하이, 엔도어즈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더욱 공고한 콘텐츠 라인업을 구축하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 넥슨이 이를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메이저들의 이같은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채널의 독식과 이를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는 이제 중견기업들의 추격 ‘사정권’에서 벗어났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소수 메이저들을 중심으로 고급 인력의 편중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도 중견기업의 몰락을 조장하는 결정적인 요인중 하나이다. 중소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기업의 임금 수준이 중견기업 대비 보통 50∼60% 이상 높은 현실 아래서 고급 인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력있는 서버 프로그래머의 경우 메이저기업들의 스카우트가 물밑에서 집요하게 펼쳐져 인력 이탈을 막느라 진땀 빼기 일쑤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중견기업들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부분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무리한 자체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가 큰 화를 불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상당수 중견기업의 경우 특정게임 하나로 거둬들인 고수익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개발팀과 프로젝트를 늘려 과도한 비용 부담에 회사가 휘청거리는게 예삿일이다.


메이저 퍼블리셔를 꿈꾸며 무리하게 개발 투자를 단행했다가 최근 존폐 위기에 내몰린 A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한때 10개에 가까운 개발팀을 셋업하며 공격적인 게임사업을 전개했지만, 잇따른 신작 흥행 부진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반면 드래곤플라이의 경우 ‘스페셜포스’의 대성공에도 불구,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차근차근 스텝바이스텝형 투자를 통해 신작을 개발,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즉, 특정 게임 한 작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신작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개발투자를 단행한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견기업군이 화려한 성공에 취해 ‘메이저진입’이란 거창한 목표아래 너무 일찍 삼페인을 터트린게 결과적으로 이같은 총체적 몰락을 불러왔다”며 “후발 중견기업들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게임스 이중배 기자 jblee@thegames.co.kr]

 

 

 

<총체적 위기속 잘나가는 중견기업은>

 

드래곤ㆍ스마일ㆍJCE…‘위기론 무색’


탄탄한 ‘캐시카우’ 힘입어 견고한 成長흐름 이어가…나우콤 등도 安定 기조 유지

 

중견기업군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탄탄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흔들림없이 꼿꼿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스마일게이트, 드래곤플라이, JCE 등이다.


먼저 스마일게이트(대표 권혁빈)의 경우 데뷔작이자 간판작인 FPS ‘크로스파이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필두로 동남아 지역과 아메리카 대륙까지 세력을 넓히며 졸지에 이 회사를 중견기업군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렸다.


현재 대기업이나 메이저 계열사를 제외하면, 스마일게이트가 매출ㆍ이익ㆍ성장률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 1위이다. 작년에 놀라울만한 매출과 이익을 낸 이 회사는 올해도 큰 폭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중견 기업들처럼 10개 가량의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해외 부문에서의 성장세가 워낙 강해 흔들림없이 중견기업군을 선도하고 있다.


FPS 원조 대박 작품 ‘스페셜포스’로 중견기업 반열에 오른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 역시 ‘중견기업 위기론’을 무색케하는 기업이다. 최대 라이벌기업인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대표 김정준)가 공룡 넥슨에 매각되었지만 드래곤플라이만큼은 탄탄한 실적으로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영업비용의 증가로 지난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이익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매출은 소폭 성장세를 이어가며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CJ 넷마블을 통해 내놓은 신작 ‘솔저오브포춘’이 좋은 반응을 보이며 ‘스페셜포스’ 의존도를 낮추며 안정세를 더했다는 평가다.


축구게임 ‘프리스타일풋볼’로 재도약에 성공한 JCE(대표 송인수) 역시 위기 속에서 빛나는 중견기업중 하나이다. 작년에 오픈한 ‘풋볼 효과’에 힘입어 JCE는 지난 1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저력의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회사는 간판작인 ‘프리스타일’ 후속작 ‘프리스타일2’ 론칭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튼실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사 외에도 ‘테일즈런너’ 한 작품 만으로도 끝모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나우콤(대표 문용식)을 비롯해 ‘드라고나’의 성공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라이브플렉스(대표 김병진), 간판작 ‘아바’의 선전에 이어 신작 ‘메트로컨플릭트’ 론칭을 앞둔 레드덕(대표 오승택) 등 몇몇 중견기업들이 견고한 성장 흐름을 타며 위기의 중견기업군에 한가닥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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