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초이락ㆍ이야, 대량 해고ㆍ서비스 중단 잇달아…산업계 허리 휘청 ‘빨간등’켜졌다

 

게임 산업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제기돼 오던 중견 게임업체들의 위기가 최근 대량해고, 서비스중단, 경영진 비리 등의 형태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저 중심으로 산업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사태들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경영난에 시달려 왔던 중견 업체들에게 결국 하나둘‘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 초이락게임즈(대표 장원봉)는 회사의 사운을 걸었다고 자부했던 MMORPG ‘베르카닉스’의 개발인력 10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 작품은 초이락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작품이기에 당사자는 물론, 업계의 충격이 컸다.


이에 앞서 이야소프트는 지난 1일부터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모든 게임들의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2월부터 이 사실을 유저들에게 통보해온 이야소프트는 서비스 중단 게임에 대해 전면 리뉴얼 작업을 실시해 내년께 다시 선보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국내 사업팀이 해체된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름인터렉티브(대표 박영수)도 난관에 빠졌다. 지난 4월 부사장이 한국프로야구 라이선스 관련 로비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은 것과 더불어 최근 박영수 대표까지 금품수수와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의 구속 수사를 받은 것. 이에 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재정 악화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까지 차압된 상태에서 박 대표가 궁여지책으로 벌인 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회사 자체가 폐업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초이락게임즈가 해고한 ‘베르카닉스’개발팀은 총 100명으로 전체 회사 인원의 43%에 이르는 인원이다. 특히 이 작품이 이미 최근까지 2번째 비공개테스트를 마치고 연내 정식서비스를 앞두고 있었기에 이러한 결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르카닉스’는 5년 동안 개발비만 2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또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한 최신규 손오공 회장이‘용천기’와 ‘샤이아’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었던 초이락게임즈의 사운을 걸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막대한 금액과 긴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초이락게임즈는 이번 사태로 ‘베르카닉스’의 개발을 전면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대수술을 통해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작품의 개발을 총괄하던 개발본부장마저 해고된 상태에서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회사가 100여명의 개발 인력을 해고한 일은 업계에서도 초유의 사태지만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던 중견 업체 대부분도 이 같은 상황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많은 중견 업체들도 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업팀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국내 서비스 기피 현상 증가


지난 1일까지 모든 작품의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 이야소프트 역시 자사의 게임포털 ‘엔팡’의 운영팀과 국내 게임 서비스 지원팀을 해체했다. 내부적으로 현재 개발 중인 7개의 작품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해외 서비스를 현지 퍼블리셔에게 맡기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를 뒤집어 볼 때 국내에서 중견 업체가 작품을 성공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방증하는 셈이다. 이야소프트는 연매출 200억원의 탄탄한 중견 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포털을 비롯해 작품들의 국내 서비스가 매출에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의 90%가 동남아시아권에서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되는 작품들에서 발생한다는 것.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의 목표와, 역량을 집중해서 최대 이익을 만들어 내야하는 중견 업체 사정을 고려했을 때 국내 서비스 중단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야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작품은 총 7개로, 퍼블리셔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게임하이 사업부서를 총괄하던 윤장렬 이사를 영입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꾸준히 개발사들을 인수한 메이저 업체들이 퍼블리싱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퍼블리셔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중견 업체들에게 여의치 않게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케로로파이터’로 잘 알려진 구름인터렉티브의 대표가 타 업체 대표에게 세금감면과 세무조사 무마를 빌미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P 대표는 회사 공금을 협력 업체와 함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꾸미는 등 횡령 혐의도 추궁 받고 있다. 현재 배후에는 지난 4월 야구게임 개발업체에게 KBO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L 부사장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경영과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구름인터렉티브가 회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실제로 최근 많은 직원들이 최근 사직서를 내고 사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름인터렉티브의 방배동 사옥을 담보로 상당 액수의 돈을 빌려준 은행과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결국 연이은 게임 서비스 실패로 인한 회사의 재정난이 불러온 사태로 볼 수도 있지만 무리한 운영을 감행했던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사실 게임 산업의 허리가 붕괴되는 문제는 어제 오늘 갑자기 대두된 것은 아니다. 메이저 고착화가 시작된 2000년대 중반부터 전문가를 비롯해 업계 당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인 것. ‘승자독식’ 현상으로 인해 게임시장이 밸런스를 잃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양한 창작 아이디어의 상품화가 고갈되는 등 이어지는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1인 개발자나 신생업체들을 위한 지원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견 업체들을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이 전무한 상태”라며 “지금 발생하는 일련의 사태들은 앞으로 발생하는 중견 업체 몰락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더게임스 박기락 기자 kirocker@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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