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 신화 김범수 ‘카톡’으로 금의환향


김정률 전 그라비티 회장 테마파크사업…웹젠 이수영은 아케이드 개발 주력

 

게임업계에는 화려한 성공신화를 쏘아올리며 승승장구 하다가 돌연 기업을 매각,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부를 거머쥔 갑부들이 적지 않다.


그라비티의 김정률회장과, 액토즈소프트의 이종현 사장, 김범수 전 NHN 대표 등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팔고 게임계를 떠났다.


벤처 성향이 강한 게임 업계에서는 화제작을 내놓으며 급부상한 스타들도 많지만, 이처럼 정상의 자리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업계를 떠난 인물들도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인수합병이나 매각을 통해 수 천억원에서 수 백억원대의 막대한 부를 챙겼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여전히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업계로 돌아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인물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게임업계에는 유독 일확천금을 거머쥔 갑부의 성공스토리가 많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넥슨의 김정주 회장의 경우 아직 기업 상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예상 평가액만으로도 수조원대의 재산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도 수천억원대의 재산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외에도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을 보유한 갑부들이 게임계에는 적지 않다. 이들이 아직 업계를 지키고 있다면 업계를 떠난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상의 자리에서 업계를 떠난 인물들의 행보는 크게 세 방향으로 나눠진다. 게임을 포함한  IT분야에서 벤처 투자자로 나선 케이스와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사업에 나선 이들, 사업을 정리한 이후 행적이 묘연한 인물들이다.

 

# 제2의 전성기 ‘활짝’


지난해부터 업계를 잠시 떠나 있었던 화제의 인물들이 속속 복귀하기 시작했다. 아이위랩(현 카카오)를 인수해 카카오톡 돌풍을 일으킨 김범수 전 NHN 대표와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게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던전앤파이터’로 네오플의 신화를 일궈낸 허민 전 네오플 사장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국내에 생소했던 소셜커머스 사업에 투자했으며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사장도 소셜커머스를 비롯해 게임까지 사업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또 웹젠의 경영권을 두고 과거 갈등을 겪은 이수영 사장과 김남주 사장도 직간접적으로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임 IT지주 회사 애플민트홀딩스를 설립한 김병기 전 지오인터랙티브 사장도 모바일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하이의 넥슨 매각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포착된 김건일 회장과 액토즈소프트를 샨다에 매각한 이종현 사장의 행보는 크게 드러난 부분이 적어 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편 2005년 당시 4000억원에 달하는 그라비티의 나스닥 지분을 일본 겅호에 매각한 김정률 회장은 부동산 투자업체 싸이칸홀딩스를 설립해 강남 일대에 빌딩을 신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게임의 창업주였던 김범수 의장은 지난 2007년 돌연 NHN과 결별을 선언한 이후 후배 벤처기업가들을 육성해 현재 결실을 맺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을 직감한 그는 아이위랩을 인수해 대부분의 스마트폰 유저가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으로 소위 대박을 일궈냈다. 또 그는 NHN을 나오며 선언했던 100명의 벤처기업가 육성에 대한 약속도 지켜가고 있다.

 

카카오에 이어 김범수표 벤처 2호라 할 수 있는 포도트리의 애플리케이션이 올초 론칭된 것. 포도트리는 콘텐츠 개발 전부터 김 의장을 비롯해 MVP투자창업투자에서 이미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보수적인 벤처투자 환경을 극복하며 단연 눈길을 끌었다.


던파 신화를 일궈낸 네오플을 매각하고 돌연 미국행을 선택한 허민 사장도 지난해 귀국해 투자자로 활동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네오플 전 재무이사였던 유제일 대표가 설립한 나무인터넷(위메이크프라이스)에 투자했지만 이와 관련된 직함을 갖지 않고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게임 사업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매년 10개 이상의 벤처에 투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인디스앤 그룹 사장은 근시일 내에 업계 복귀가 점쳐지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호프아일랜드를 비롯해 게임하이 등 굵직한 개발사 인수에 나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속적으로 M&A를 타진하고 있는 만큼 유망 게임 업체가 매물로 나온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웹젠 이수영ㆍ김남주 재기 노려


웹젠 출신 이수영 사장과 김남주 사장의 행보도 업계의 눈길을 끈다. 이수영 사장은 지난 2004년 웹젠의 코스닥 등록심사를 앞두고 대표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이후 이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부활의 날개를 펼쳤지만 퍼블리싱 작품들의 잇단 부진으로 폐업절차를 밟으며 업계를 잠시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해 굿맨엔터테인먼트로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업계로 복귀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2003년 이수영 사장의 웹젠 대표 사퇴와 함께 대표직에 오른 김남주 사장도 지난 2008년 NHN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신의 명의로 브라디아라는 게임 개발사를 설립했지만 개발 분야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직접 대표직을 맡은 신규 개발사에서 내년 께 MMORPG 작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 업계 재투자 이뤄져야


업계를 떠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이들도 눈길을 끈다. 국내 게임 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그라비티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 4000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금액에 회사를 매각한 김정률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부동산 개발 업체인 싸이칸홀딩스를 설립해 인천 동춘동과 옥련동 일대 송도 유원지 부지를 인수해 테마파크 건설에 나섰다. 싸이칸홀딩스는 지난해 강남 중심에 들어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오피스텔의 시행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눈을 돌려 게임업체에 대한 투자를 강화 하려 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8년 대유베스퍼를 통해 게임하이를 우회 상장시킨 김건일 전 회장은 지난해 모든 경영권을 넥슨에 매각하고 732억원을 챙긴 이후 대외적인 활동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회사 매각전 200억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배임 혐의로 게임하이를 상장 폐지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2004년 액토즈소프트를 샨다에 매각하면서 화제에 올랐던 이종현 전 액토즈 사장도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2000년대 초 단순하게 게임동아리 성격이 짙던 액토즈를 인수하며 경영에 나섰던 그였지만 매각이후 활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가 올초 중국 현지에서 게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아직은 표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계를 떠난 많은 이들이 실제로 엄청난 금액를 챙겼지만 게임 산업에 대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결국 게임으로부터 창출된 부가 다른 분야로 흩어져 자금 흐름의 선순환 구조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저가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들을 인수하며 뿌려진 자금이 중소?중견 업체들에게 전달되면서 허리를 담당하는 업체가 튼실해지는 것이 바람직한 산업의 구조”라며 “아직도 벤처를 운운하는 업계에서 같은 구조를 바라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게임스 박기락 기자 kirocker@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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