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협회가 지난 20일 신임 최관호 회장 체제로 출범했다. 지난 2월 김기영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 나겠다고 발표한 이후 만 3개월만의 일이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협회장 인선작업이 이렇게라도 마무리 된 것이 천만 다행이다. 만의 하나, 협회가 회장사 하나 챙기지 못하고  겉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 사람들의 눈과 입이 무섭고 두려워 벼랑 밑으로 뛰어 내려야 했지 않았겠는가.

 
어찌됐든 창피하고 아찔한 순간은 맞지 않았다. 네오위즈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회 살림을 맡기로 결정했고,  최 회장이 자신의 뜻을 접고 회장직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매끄럽지 못한  과정이야 그렇다 손 치더라도  네오위즈측이 뒤늦게 회장사를 맡기로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전임 김기영 회장은 메이저사란 뒷배경을 갖지 못한 까닭에 협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긴요한 사안이 터져 나올때 마다 뒷 처리만 하고 그 책임의 하중은 고스란히 협회장에게 돌아오는 기형적인 협회 운영에 큰 자괴감을 보여온 그였다.

 

명예욕도, 그렇다고 별다른 욕심도 없는 김 전 회장이 실타래와 같이 얽히고 설킨 협회 살림을 맡겠다고  나선 것은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온 그 답게,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고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한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아주 순수한 마음에서 회장직을 수락한 것이었다. 그가  협회를 맡기로 결정할 때에도 협회는 회장사를 선출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던 때였다.


그런데 살림을 맡아보니 현실은 아주 고약했다. 회원사들이 꼬여 있거나 서로 마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동쪽으로 가자하면 서쪽 성향 사람들이 반대했고, 서쪽으로 가자 하면 동쪽 성향의 사람들이 거세게 대들었다. 말 그대로 동상이몽의 그 모습이었다. 회장의 령이 서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회장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만 안기고 만 셈인데, 그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회장사 인선작업 소리가 나오면 너도 나도 안하겠다고 손사래를 치게 됐다.


네오위즈측이 회장사를 수락한 것은 책임 있는 기업이 협회 살림을 맡고,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맡아온 회장사 순서로 봐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넥슨과 NHN측에서 각각 한두차례 맡아 왔으니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관심의 초점은 신임 최 회장의 앞으로의 행보다.


그는 회장직 수락 이후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감 성장과 소통의 문화를 강조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들여다봤더니 이내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그 것은 우물안의 개구리로 결코 머무르지 않겠다는 것이며, 산업 성장에 걸맞은 역할 또한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 들여 졌다. 즉 협회가 나서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산업계 내부의 결속과 단합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소리만으로는 곤란하다. 실천할 수있는 프레임과 구체적인 선언문이 필요하다.


게임계는 지금 사분오열된 모습이다.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양태가 뚜렷하고, 주력 사업과 업태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히고 뒤틀려 있다. 또 학연과 지연에 따라 서로 갈라져 있고 사업을 일군 출신지에 따라 친소 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빈부 격차에 의한 회원사들의 박탈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따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하고 이끌 것인가는 향후 최 회장 리더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확실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또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천해 나갈 지 주목된다. 이 문제는 결국 재원 마련에 있고, 그렇다면 메이저사간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사전 밑그림이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최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갈 것인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이를 구체화하지 못할 경우 대 사회와의 소통 문화는 싹이 트기도 전에 틀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를 실현하지 못하게 되면 세상 사람들과의 벽 허물기는 현실적으로 더욱 더 어려우질 개연성이 높다.


최 회장이 마지막으로 단체의 위상 강화를 위해 조직 및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가 그동안 협회의 살림을 나름 세세히 들여다보고 왔음을 의미한다. 작금의 협회는 산업계를 망라하고 있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몇몇 대기업과 관련기업의 친목 단체 수준이다. 산업계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와  모바일업체, 아케이드업체들을 끌어 안으려는 노력과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또 산업계를 둘러 싸고 있는 기업과 단체들도 모으고,  업계 원로에 대한 예우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하는 회장사 임원단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회장이 도장이나 찍고 실제 일은 협회 임원진이 아니라 산하 운영위원회에나 맡기고 얼굴 마담역만을 수행하려 한다면 당장에라도 관둬야 한다. 협회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오다 일그러진 게 아닌가.


이제는 책임 소재 여부를 분명히 하고 공과의 유무도 확실히 해 게임 역사에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머지않아 다가올 민간 자율에 의한 게임계를 맞이 할 수 있고,  미래 한국 경제의 축이 될 게임 강국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새롭게 출범한 최 관호 회장 체제.  지금 그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가 쓰는 게임계의 역사를 지켜보고 싶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