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명가(名家) 블리자드의 오늘을 만든 3대 IP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이다.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개발 전략상 이들 3대 IP를 바탕으로한 시리즈물로 블리자드는 창업 2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고의 게임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에서도 ‘디아블로 시리즈’는 블리자드만의 독특한 액션 RPG 전형을 만들며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전략시뮬(RTS) 장르의 ‘스타크래프트’처럼 액션RPG장르의 바이블이 다름아닌 ‘디아블로’다. 전작인 ‘디아블로2’가 출시된지 10년이 가까워오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 엄청난 팬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디아블로 시리즈’ 최신작 ‘디아블로3’의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국내 팬들이 술렁이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작년부터 하나씩 하나씩 캐릭터와 기본 정보를 공개하며 ‘디아블로팬’들의 욕구를 자극해왔던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테스트와 출시를 언급,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요 외신과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디아블로3’의 출시는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아니 초읽기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작 출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마이크 모하임 CEO입에서 출시 시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모하임은 최근 1분기 블리자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디아블로3의 테스트를 3분기에 실시할 계획이며, 연내 출시가 목표”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테스트 일정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시기만은 공언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연중 최대 성수기라고 볼때 연내 출시한다면, 12월말이 유력해보인다.

이런 가정하에 베타 테스트 후 문제점 보완에 필요한 일정 등을 감안하면 ‘3분기 테스트’란 발언을 역으로 추정해보면 여름시즌의 시작점인 7월경, 늦어도 8월초엔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디아블로3’ 개발팀 관계자도 최근 미국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디아블로3)개발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개발이 블리자드측이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발언이다. 앞서 블리자드 최대 팬사이트 ‘블리즈플래닛(Blizzplanet)’은 지난 9일 보도를 통해 ‘디아블로3’ 베타 테스트에 대한 내용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게임업계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7월 테스트가 가장 유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내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테스트를 통해 나타난 오류, 문제점, 보완 사항을 게임 내에 반영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때 7월중엔 테스트가 이뤄져야한다는 얘기이다. 실제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도 그랬다. 작년 2월 첫 외부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5개월 가량 지난 7월말에 정식 출시된 바 있다.


블리자드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디아블로3’의 출시가 가시권내에 들어옴에 따라 이르면 4분기말, 늦어도 내년 1분기초엔 블리자드발 ‘폭풍우’가 전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WOW’(2005년), ‘스타크래프트2’(2010년) 등 신작이 출시때마다 파란을 일으켰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다시한번 심하게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아블로3’는 RTS인 ‘스타크래프트2’와 달리 최근 주류 장르로 떠오른 액션 롤플레잉(RPG)게임이란 점에서 더욱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주류 장르인 액션 MMORPG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수 밖에 없는 탓이다.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 오픈 베타 서비스를 앞둔 엔씨소프트와 송재경사단(XL게임즈)의  블록버스터 기대작과의 정면승부 결과. 각각 신개념 액션 MMORPG를 표방하는 ‘블레이드앤소울’(엔씨)과 ‘아키에이지’(XL게임즈)의 서비스 일정은 지금같은 흐름대로라면 ‘디아블로3’와 거의 비슷하다.


이른바 MMORPG 빅3중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안정권에 진입한 NHN의 ‘테라’와 달리 ‘블소’와 ‘아키’ 진영은 ‘디아블로3’를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 세 작품은 기본적으로 장르가 같은데다가 핵심 타깃 유저층도 20~30대로 그대로 겹친다. 핵앤슬래시 형태의 화려한 액션을 추구하는 기본 콘셉트가 흡사하다.


인지도나 네임밸류면에서도 난형난제다. ‘블소’ MMORPG 명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을 이을 차세대 대권주자이고, ‘아키’가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사단의 야심작이지만, ‘디아블로3’ 역시 만만치않다. 오히려 국내 게임시장에서 블리자드의 브랜드 인지도와 게임퀄리티에 대한 신뢰도는 최정상급이다.

 

엔씨와 XL게임즈측으로선 인기 경쟁에서 밀리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자칫 마케팅 이슈를 ‘디아블로3’에 선점 당하지 않을게 신경이 쓰일만하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전작인 ‘스타크래프트2’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시장에서 ‘디아블로3’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의 내로라하는 게임명가간의 진검 승부 결과는 현재로선 철저히 안갯속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외부 테스트가 한번도 안뤄진 ‘디아블로3’나 겨우 한두번 테스트한 ‘블소’나 ‘아키’의 현재 버전을 놓고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전면전을 피하지 않는다면, 자존심을 건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라면 역시 ‘디아블로3’ 경영진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신작 출시 정책이다. 블리자드는 스스로 완성도가 만족스럽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절대 작품을 출시하지 않는다. 모하임 CEO가 직접 출시를 언급했지만, 상용 버전이 조금이라도 맘에 안든다면, 얼마든지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개발진척도, 서비스예상일정 등을 두루 고려하면 이들 세작 품의 출시 시점이 겹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국내외 블록버스터 간의 대격돌로 올겨울 게임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게임스 이중배 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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