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의 신화에 도전장을 낸 중견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엠게임과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나이트온라인’과 ‘히어로즈인더스카이(HIS)’를 대만에서 서비스하기로 했다. 엠게임의 ‘나이트온라인’은 이미 9년이나 지난 작품이고 ‘HIS’ 역시 국내 실적이 부진한 작품이다.


또 윈디소프트는 최근 국내에서 론칭한  신작 ‘러스티하츠’를 북미에도 서비스하기로 하는 등 국내와 거의 동시에 해외에서 작품을 서비스하는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온 작품 중의 하나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카드로 중국시장에 진출, 최근 270만 명이라는 최고의 동접자수를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중국의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제페토의 ‘포인트블랭크’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도 국내에선 서비스에 실패했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 최고의 게임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국내에서 좌절의 쓴 맛을 봤던 작품들도 해외에서는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씀에 따라 중견업체들을 중심으로 재도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론칭과 함께 해외에서 서비스를 하거나 아예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 작품성만 확보되면 성공 가능성


지난 1분기는 해외에서 대박을 노리는 중견ㆍ중소 업체들의 진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최근 해외로 진출하는 작품들의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국내 서비스 시기와 해외 서비스 시기의 간격이 줄어든 것과 신작과 구작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엠게임은 지난 달 27일 국내 서비스 9돌을 넘긴 ‘나이트온라인(현지 서비스명 무사전기)’의 대만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최신작이 아님에도 안정적인 시스템과 박진감 넘치는 대규모 국가전이 현지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현지 퍼블리셔 게임플라이어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신작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도 비행슈팅게임 ‘HIS’를 대만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과거‘프리스타일’을 통해 제이씨와 관계를 구축한 카이엔크가 퍼블리셔를 맡아 내달 중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웹젠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국 FPS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중국 최대의 게임 퍼블리셔 텐센트와 FPS ‘배터리온라인’의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웹젠은 ‘크로스파이어’와 ‘서든어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북미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도 있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에서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는 퍼펙트월드엔터테인먼트와 ‘레이더즈’의 북미 지역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 자리에서 유럽 수출 계약까지 확정지은 마이에트는 오는 6월 미국 LA에서 개최되는 E3에서 현지 유저들에게 ‘레이더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월 윈디소프트도 퍼펙트월드와 ‘러스티하츠’의 북미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러스티하츠’는 우수한 액션감과 작품성으로 CBT전부터 북미, 아시아 등에서 무수한 관심과 러브콜을 받아왔으며, 공개서비스 전 첫 수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게임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 치열한 레드오션의 탈출구


이처럼 중견ㆍ중소 업체들의 해외 진출 러시가 활발했던 첫 번째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내수 시장 경쟁 심화’다. 메이저 업체가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 작품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국내 유저들의 눈높이가 올라가 이제는 ‘웬만한 작품이 아니면 내수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


올 초 돌풍을 일으킨 NHN의 ‘테라’에 이어 지난주 첫 번째 CBT를 성공리에 마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에 이르기까지 각각 수백억 원씩 투입한 대작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테라’는 공개서비스 당시 출시일이 비슷했던 작품들이 일정을 늦출 정도로 여파가 대단했다. 또 여기에 빅3 MMORPG중 하나로 불리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까지 더해진다면 중견ㆍ중소 업체들의 작품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이저 업체들의 퍼블리싱 기피 현상도 중견-중소 업체의 해외 진출 러시 현상을 거든 셈이 되고 있다. 특히 블록버스터 작품들에 투자한 비용 부담과 검증되지 않은 신작에 대한 불안 요소 등이 퍼블리싱을 기피하게 된 이유로 여겨진다.

 

또 이런 분위기는 메이저 업체들이 검증되지 않은 국내 작품보다는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외산 작품들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ㆍ중소 개발사들에게 국산 게임을 높게 평가하는 해외 퍼블리셔들의 러브콜은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적은 개발 비용이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견ㆍ중소 개발사들에게 퍼블리싱 계약을 통한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품들이 다수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초 웹젠에 인수된 이미르엔터테인먼트의 ‘메틴2’와 중국 샨다에 인수된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등이 좋은 예다.

 

‘메틴2’는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한때 유럽에서 동시접속자수가 8만명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이미르의 주 원동력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중국 시장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은 ‘드레곤네스트’도 아이덴티티게임즈가 샨다에게 거액의 몸값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엠게임의 ‘열혈강호’ 제페토의 ‘포인트블랭크’와 같은 작품들의 성공도 중견ㆍ중소 업체들의 해외 진출 롤모델이 되고 있다.

 

# 작은 규모의 이점 살려야


중견ㆍ중소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나라 게임 시장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메이저 업체들의 블록버스터 작품마저 치열한 경쟁 속에 노심초사하며 서비스와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신작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레드오션이 돼버린 국내 시장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외 진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는 긍정적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러 가지 발생 요인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내수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을 우위에 놓고 작품을 개발하게 된다는 점에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또 내수 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태에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더 나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부가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시 콘텐츠의 퀄리티와 서비스를 위한 효율적인 지원과 운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해외 퍼블리셔를 통해 진출하는 경우 그들의 입장과 의견을 작품에 담아내는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개발사의 마케팅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 자본력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 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현지 시장을 겨냥한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개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몸집이 큰 메이저 업체들 보다 상대적으로 작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중소 업체들에게 오히려 이와 같은 시스템이 더 적합 할 수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박기락 기자 kirocker@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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