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되도록 자기변명이나 합리화가 안 되도록 솔직해 보겠다. 살면서 아쉽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모두 원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면 즐거움은 한 순간이었고, 그 즐거움을 맛보기 위한 준비기간은 매우 길었던 것 같다.

 

또 대부분 그 준비기간이 힘들고 고달픈 것들이었기에 비록 후에 대단한 즐거움을 느꼈다 하더라도, 이렇게 산 내 인생이 전체적으로 행복한 인생이라 자신 있게 말할 용기는 없다. 다만 사람마다 매우 주관적인 행복의 잣대와 인생관이 있어 나의 경우는 준비의 과정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그 열매가 달았던 것 같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e스포츠에 대한 위기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괜한 노력을 들여 실컷 고생하고 보람이나 기쁨도 없이 욕만 태 바가지로 먹는 것은 아닐까.

 

가끔 이런 생각이 날 때도 솔직히 있지만 대학에 다니는 아들놈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흥미진진 몰입하여 즐기는 게임경연을 보면서 아빠로서 또한 저 아이들처럼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로서 저 아이들이 저토록 좋아하는 저 속에 무엇인가 정말 도움이 되는 그 어떤 것을 꼭 해주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자신은 게임의 '게' 자도 모르면서 막연한 불안감에 저들만의 방식으로 저들이 즐기는 놀이문화를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정말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의무가 아닐까.

 

지금은 저 아이들과 우리세대들의 즐거움에 대한 개념차이가 크지만 앞으로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수명연장에 의해 나이차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술의 발달로 세대별 즐거움에 대한 개념차이도 사라질지 모른다. 전 세대가 아무런 차별이나 시공간 제약 없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하여도 즐거운 일 아닌가.


지금의 이런저런 노력들이 헛되이지 않도록 그간의 e스포츠활동들도 다시 한번 살펴 보고, 산학협동도, 해외 벤치마킹도, 국제 컨퍼런스도 하고 있지만 세상이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이니까 가끔 답답도 하고, 답이 안 나올 땐 며칠씩 좌절도 한다.

 

맨 앞에서 길을 내는 작업이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기에 열정 하나로 어찌 보면 뒤 안 돌아보고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음을 직원들도 알고 우리 회원국들도 다 안다. 다만 이런 나를 이해해주고 따라주는 이들 모두가 고마울 따름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로 이제 큰 틀은 잡혀가는 듯 하다. 신규 회원국 유치도 기존 회원국들이 솔선수범하여 소개하고 있고, 표준화 실행은 관심 갖는 종목사나 대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관련 방송사도 가능협력사업들을 구체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갓 시작한 것이어서 아직은 그 뿌리가 약하다.

 

사업에 동참한 어느 누구도 우리의 노력이 소홀해지면 쉽게 관심을 끊을 것이고, 얕게 내린 뿌리는 쉽게 뽑혀 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에서 각국 정부의 지원은 그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생존에 필수 사항이며, 한국의 사례를 빠른 시일 내에 회원국에 전파하여 모든 회원국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와 수반하여 산학협동으로 단 몇 개의 대학에서라도 시범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여 e스포츠 인력양성을 위한 실질적 시동이 걸려야 한다. 기초가 닦이고 표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이것을 유지 발전시킬 인력이 확보 안 되면 한국 주도, 더 나아가 e스포츠의 국제 스포츠화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다분하다.


혹자는 이런 우리의 노력들이 너무 실험적이거나 무모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음을 안다. 또한 그들의 주장이 한편으론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허나 서두에도 언급했듯 너무 쉬우면 나의 경우는 매력이나 재미가 없었다. 아직도 힘든 여정의 중간에 있고, 향후 더 큰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하는 바이지만 우리들이,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맛보게 될 달콤한 과일을 상상하면서 오늘도 인터넷을 연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wsoh@ie-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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