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계의 대표창구인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자리가 수 개월이 넘도록 공석이다. 김기영 전 회장이 연임을 극구 고사한 게 작년 말이었으니, 4개월이 다되도록 회장감하나 찾지 못한 꼴이다. 협회 사무국과 주요 운영위원사 관계자들이 업계 대표나 외부 인사 등 백방으로 ‘구애(求愛)’에 나섰지만, 선뜻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다. 관련기업이 3000개를 넘고, 시장규모가 7조원에 육박하며 주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협회를 맡겠다는 사람이 없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더욱 심각한 일은 협회장 인선 문제가 수 개월째 겉돌고 있는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認知)하는 산업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태가 이지경이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고사하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렇다고 해서 “차기 협회장을 찾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의 무책임한 행태는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필요하다면 부회장단에서 ‘대행체제’라도 도입해야 한다. 이저저도 아니면 우선 ‘비상대책위’라도 만드는 게 차선책이지만, 서두를 일이다.


협회는 어떤 식으로든 쉬지 않고 돌아가야할 중요한 사업자 단체이며, 지금은 특히 그래야할 상황이다. 게임업계, 나아가 게임 산업은 지금 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강력한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국이다. 셧다운제다, 게임중독부담금이다 해서 게임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는 법제화 움직임이 날로 거세다. 게임의 역기능 해소에 대한 논리 개발과 업계의 중지를 모으고, 순기능을 각계에 호소해야할 협회가 공회전만 거듭한다면, 산업의 미래는 캄캄하다.


게임계는 ‘비즈니스’(사업)는 있는데 ‘인더스트리’(산업)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어엿한 산업으로 갖춰야할 기본적인 인프라가 취약하며, 업계 종사자들의 산업 마인드가 아직 미진하다는 방증이다. 수출효자업종이자 문화콘텐츠 산업의 총아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협회장 문제부터 슬기롭게 풀어야한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협회장도 제대로 못내는 게임계가 대체 무슨 할 말이 있는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하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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