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게임’이란 단어는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학창시절 갤러그, 제비우스 등이 생각나고, 젊은 시절 데이트하다 잠깐씩 들렀던 극장 앞의 오락실도 떠오른다. IMF 때 펌프게임의 열풍도 생각난다. 그 무렵에 한스밴드였던가 ‘오락실’이라는 노래도 꽤 히트했던 것 같다. 어쨌든 아케이드 게임은 이제 추억이라는 단어와 친밀해진 것 같다. 아케이드 게임은 이제 더 이상 이 시장의 주역은 아니다. 오락실도 게임도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작아졌다. 아케이드 게임 이야기는 노인의 젊은 시절 무용담 정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외국의 아케이드 게임은 아직도 건재한 산업규모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아케이드 게임은 쇠퇴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중국은 아케이드 게임 호황기이다. 일본도 전성기 수준은 아니지만 게임의 30~40% 정도를 아케이드 게임이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상점가, 음식점에 또는 소규모 상가에 5~10대 정도씩 설치하는 싱글로케이션의 천국이다.

 

대만은 중국을 생산 기지로 하여 수출로 특화시켰다. 베트남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도 아케이드 게임센터 자리가 비좁을 정도이다. 아직도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아케이드 게임은 게임의 주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케이드 게임은 몰락했다. 주변 국가 중 유독 우리나라만 이렇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침몰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규제 정책이다. 융단 폭격처럼 쏟아진 정부의 규제 정책은 아케이드 게임을 완전히 고사시켰다. 특히 게임 개발까지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규제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아케이드 게임 개발이 왜 불가능한지 게임을 만들어 보면 바로 알게 된다. 온라인 게임과 비교해 보면 쉽게 문제점이 이해된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면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본다. 그 후 개발방향을 수정하고 오류를 찾아낸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거친다. 게임이 완성되어 서비스되어도 그래픽 수정, 새로운 아이템 추가 등 거의 매주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수정은 수십 번, 수백 번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아케이드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고객의 반응을 보기 위한유료 필드테스트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조건 심의를 받아야 테스트 조차 가능하다. 아케이드 게임은 법정 기일인 15일 이내 심의를 해주지 않는다. 심의가 수개월 소요되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중간에 그래픽 수정, 간단한 게임룰 변경에 대한 패치를 신청해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드웨어 변경도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체제에 맞추는 방법은 단 한가지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게임 중 더는 수정이 필요 없는 게임을 수입해서 심의 받고 파는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의 국내 개발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아케이드 게임의 명맥이 유지되는 것은 오로지 수입 게임 덕분이다.


아주 힘들게 심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그 다음은 유통과 게임기 설치에 대한 수많은 규제 정책이 기다린다. 오로지 오락실에서만 게임기가 설치되기를 원한다. 우리나라의 정부 관리들은 오락실 안에서 편하게 집중적인 관리와 감시를 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대형마트 등 특정장소에 5대까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도 엄격한 부대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식당이나 백화점 등 고객이 모이는 장소에 게임기 설치를 규제하는 나라는 본적이 없다. 그 외에도 규제 정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조명의 밝기, 투명 유리창사용 여부, 인형뽑기 게임의 지급 조건까지 모두 법률로 규제한다.


우리나라에서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이제 정신 나간 짓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법을 어기지 않고는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고스톱, 포커 게임이나 만들어서 불법 운영을 고려하는 것만이 살 길이 됐다. 현재의 정부 정책은 이러한 불법 범죄자를 양산하는 구조이다. 악순환 고리를 정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정말 답답하고 어렵다.

 

[김영국 디게이트 사장  ykkim@xen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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