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금 축소와 등급심의수수료 인상 보류라는 폭탄을 맞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예산부족으로 인한 파행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달 말 공포될 오픈마켓법과 관련해 할 일이 태산이지만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등 게임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는 올 초 심의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지난해보다 100% 인상된 등급심의 수수료 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상승 대책으로 인상안을  잠정 보류시켰다. 정부의 지원금은 4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나 줄어들었지만 수수료는 동결돼 그 만큼의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등급심의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오는 7월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게임위는 앞으로도 3개월간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게임위의 등급분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이 축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자체 사업 ‘올스톱’


현재 게임위는 사업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고로 지원받는 사업(사후관리) 외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가장 시급한 ‘발등의 불’은 바로 오픈마켓 관련 사업이다.  특히 오픈마켓 법안은 공포된 이후 3개월 동안 관련 부서들과 협의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규정 등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게임위도 심의 주체로써 오픈마켓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에 관여하게 되는데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나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조사나 검토 없이 오픈마켓 관련 법안을 시행할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혼선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문화부에서 내달 민간자율심의 법안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현안을 다루기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자율심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위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 수수료 인상 어떻게 되나


게임위의 정상 운영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등급심의 수수료 인상밖에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 초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으로 보류되기는 했지만 오는 7월 중 인상안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정부의 물가 상승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인상안에 대한 재검토가 7월 이후로 더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같은 경우 게임위의 파행운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화부에서 이를 그대로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 인상이 계속 보류될 경우 국고를 통해서라도 부족분을 메워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수수료 인상도 안되면서 국고 지원도 추가되지 않는다면 게임위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주는 데에도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문화부가 7월 이전이라도 게임위의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가부와 게임법을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화부가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게임위의 재정난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게임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법안들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에 조속한 초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기존 수수료 체계를 대폭 수정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지난달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기정 과장은 한 토론회에서 “개발비가 다른 게임의 수수료를 동일하게 받는 것보다 게임의 규모와 투입된 개발비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등급 심의에는 큰 문제 없을듯


게임위는 정부 지원금이 대폭 삭감됐지만 등급 분류 업무를 진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등급분류수수료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어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게임위의 등급분류 업무는 사업비 전액을 국고로 지원받는 사후 관리 업무와 다르게 지난 2008년부터 민간자율심의를 도입한다는 전제하에 한시적으로 추진돼 왔다. 이에 정부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들어 국고 지원 기한을 한정해왔지만 자율심의에 대한 논의가 크게 진척되지 않았고 매년 이를 연장해 왔다.


특히 올해의 경우 수수료 인상안을 고려한 내용으로 예산이 책정되면서 게임위의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올 초부터 게임위는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는 물론 매달 진행했던 기자 연구모임도 격월로 축소시키는 등 간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반쪽 운영에 들어갔다.


한편 업계는 게임위의 정상 운영을 근거로 하는 등급심의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명확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국회 문방위에서 게임위의 국고 보조시한을 규정한 취지는 재정 자립의 목적보다 기한 내 자율심의제도를 철저히 준비하라는 것이었다”며 “게임위의 재정 확충을 위한 수수료 인상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게임위의 정상 운영을 위한 수수료 인상은 민간자율심의와는 서로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심의 방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위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수수료 인상은 자충수를 둔 셈”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박기락기자 kirocker@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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