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보다 명확한 게 특징이다. 허풍이 아주 심한 사람, 또는 거짓말쟁이, 독선주의자 등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제도권을 바꿀 수있는 권력을 쥘 수 있다는 점과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지배적 특성의 상징으로 정치가 시작됐다는 것을 비춰 보면 체제와 직업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직종이 정치인이란 자리가 아닐까 싶다.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늘 느꼈던 것은 정치권 출신의 장관과 관료 출신의 장관의 보이지 않는 차이점이 의외로 컸다는 것이었다. 장 단점을 내세워 굳이 비교할 순 없지만 협상력을 포함한 조율능력은 상대적으로 정치권 장관의 능력이 탁월했다. 반면 관료출신의 장관은 능동적이지는 않지만 행정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장악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래서 통치권자는 문제가 있는 부처에 대해서는 관료 출신의 장관을 내려 보내 조직을 정비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부처에 대해서는 정치권 출신의 인사를 발탁, 등용하기도 한다.


한나라당 중진의원이면서 방송통으로 알려진 정병국 의원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발탁은 예상돼 온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다. 정 장관만을 놓고 볼 때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가장 무난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는 3선을 거치는 동안 문화 부문을 관장하는 상임위에서 한번도 자리를 옮겨 본 적이 없다. 문화체육관광위에서만 거의 10년을 지내왔다. 강성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하면 강하게 밀어 붙이는 힘도 꽤나 있다는 평을 들어 왔고 야당과도 척을 두지 않는 유연함도 갖추고 있다.

 

전임 문화장관 출신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절친한 사이다. 역대 문화장관의 성향과 재임시 장관의 실적을 모두 꿰고 있을 정도다.방송 산업에 대해 나름 일견을 가지고 있어 전문가들과의 논쟁도 마다하지 않을 수준이고,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부문에 있어서도 식견과 소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준비된 문화 장관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정 장관의 첫 일성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셧다운제’ 시행안에 대한 재검토 지시였다. 부처의 현안과 우선 처리업무 순위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단순히 정치권의 액션처럼 그냥 즉흥적으로 내 던진 발언이 아닌 듯 하다. 제도 시행에 따른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만들어 쓰기에는 너무 고루하고 선도에도 밀린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정장관은 또 게임위원회의 신임 위원 선임에도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실무진은 임기 만료된 4명의 위원을 단순 교체 방침아래 신임 위원 명단을 작성, 보고했으나 정 장관이 일정인원의 여성 몫 할당을 지시하고 반려했다는 것이다.


이를 업계 입장에서 보면 셧다운제 시행안 재 검토는 크게 환영할 만 하지만 게임위 여성위원 할당제 도입은 다소 우려섞인 부문이 아닐 수 없다.


여성위원이라고 하면 시민단체를 연상케 되고 이렇게 되면 게임위가 보다 더 수용자 편에 서게 돼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오픈마켓 자율심의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을 지시, 성사시키기도 했다. 정장관이 취임 1개월을 넘기면서 이것저것 주요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게 확실하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정 장관과 호흡을 맞추는 모철민차관의 움직임이다. 모차관도 산업쪽에 무게를 두는 문화부 핵심 인물이다. 콘텐츠산업에 애정이 많고 지식산업의 중심은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가 바로 그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지금 문화부는 게임을 비롯한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새 토대 위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최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건은 어떻게 풀어가고 조율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인데, 이 방식 또한 역대 문화장관 중 정치권 출신의 장관들이 그동안 출중한 수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부처 안팎에서 역대장관에 대한 업무처리 능력을 평가한 결과 정치권 출신 장관과 관리 출신의 장관이 엎치락 덮치락 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정치권 출신 장관이 우세승을 거둔 반면 연예인 출신의 장관들은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듯한 평을 받았다는 것. 특히 정치권, 관리 출신 장관보다 연예인 출신의 장관들이 더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었다는 평가와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정치는 4류지만 정치인은 결코 4류가 아님을 정 장관이 과연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의 현안 해법을 지켜보며 바라보는 일이 결코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기분이 좋다. 말 그대로 8개월짜리 장관이면 어떠하겠는가. 있을 때 잘하면 그만이지. 준비된 장관답게 힘차게 문화 행정을 펼쳐 보였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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